그래도 회사 밖에서 만 원 버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네요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MZ세대가 내 얘기인 줄 몰랐다. 어른 모시기에 최적화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한동안 생각보다 회사 생활이 잘 맞나?! 착각했다. 가끔 듣는 상사들의 잔소리가 손톱으로 칠판 긁는 것처럼 불편하고, 도대체 내 마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쌓이면 안 해버린다. 게다가 내가 잘 해낼 수 없고 성장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니 돈을 아무리 줘도 복에 겨운지도 모르고(복이 맞아? 요즘 굶어 죽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못해먹겠다는 소리를 들숨에 한번. 날숨에 한 번씩 해댄다. 그렇다고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나를 덜 괴롭히고 더 잘 살고 싶어서 그런다!!! 생각하다보니 미디어에서 자주 그려지는 90년 대 생이 바로 나다. 그냥 반골의 젊은이일 수도 있지만
최근에 이런저런 상황들이 겹치면서, '아 회사 생활 진짜 못 해 먹겠다. 이제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을 또 매우 자주 했다. 물론 이전부터 하도 많이 해서 몇 번째인지는 모르겠다ㅎㅎ 비록 월급을 받고 '휴. 밖은 지옥이라던데. 좀만 더 해보자.'라고 마음을 고쳐 먹었지만. 매 순간 이쪽 끝과 저쪽 끝을 오락가락한다. 내 인생 내 스타일대로 잘 살고 싶은 마음보다 현실에 젖은 타성이 더 강한 걸까. 벌써 햇수로 오 년째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의 맛에 익숙해져 버려서 바닷물 드링킹인 걸 알면서도 끊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월급이 오를수록 바닷물은 점점 짜진다. 직장인으로서의 삶도 인간으로서의 삶의 수명도 훅훅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더 후져지기 전에 그만 질질 끌고 멋있게 사표를 쓰던가, 아니면 마음 딱 고쳐먹고 열심히 다니던가 칼같이 하고 싶은데 인생이 언제라도 단순 명료했던가. 그런 건 드라마에만 있는 것을 안다. 이 모호한 시간을 견디며 당장 다 때려치우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탕핑족의 마음과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내 욕망을 채우며 살고 싶은 갓생러의 마음을 화해시켜보기로 한다. 이게 제일 어렵다. 그래도 나를 설득하는 것보단 시장을 설득하는 게 덜 괴롭겠지. 아무리 애써도 가지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해도 내 욕망 자체를 부정하는 건 너무 슬프다. 드러누워서 울어도 세상은 나에게 장난감은커녕 눈길 한 번 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내가 나에게, 너에게 사주기로 한다. 무망 하게 살고 싶지 않다. 매일매일 포기하겠지만, 매일매일 다짐할 테다.
회사 밖에서 내 힘으로
매달 만 원씩만 벌어보기
만 원이 십만 원이 되고, 십만 원이 백만 원이 되고, 백만 원이 천만 원이 되는 것보다 0원이 만 원이 되는 것이 더 힘들 테니. 단, 프로세스화 할 수 없는 일시적인 벌이는 제외하기로 한다. 지금 내가 회사 밖에서 주기적으로 버는 돈은 천 원..? 이천 원..? 즈음? 291 포토그랩스라는 아마추어 사진작가 전시 및 판매 플랫폼에 사진을 보내면 셀렉을 거쳐 판매금의 일부를 작가들에게 똑같이 나누어준다. 가끔씩 해외 주식 배당도 들어오는데... 너무 작고 귀여워서 일단은 뺀다. 나머지 구 천원은 어디서 벌지? 젠장. 회사 다닐 힘도 없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