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잘 안 보이는데, 나의 학창 시절까지만 해도 인적사항을 작성하거나 자신을 소개할 때 꼭 좌우명을 한 가지씩 꺼냈다. 역사적인 인물의 명언을 인용하기도, 사자성어나 속담을 쓰기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물론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되게 거창했던 것 같다.
지금 좌우명을 적으라면, '바꿀 수 없는 것보다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정도가 될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이 글의 부제인 '나의 힘이 닿는 곳에 집중하는 삶'이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오마르님의 예전 영상에서 처음 들은 개념인데, 나의 인생관과 딱 들어맞아서 어딜 가나 이야기하고 다닌다.
인생에는 많은 변수가 있다. 여기에는 날씨도, 사람도, 심지어 내 감정도 포함된다.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 삶이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주 즉흥적이고 어딘가에 얽매이기를 싫어하는 파워 P인 나조차도 때로는 그런 변수들을 감당하기 어렵다. 하물며 모든 걸 계획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파워 J들의 스트레스는 오죽할까...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스트레스는 여기서 비롯되는 것 같다. 좋은 뜻으로 건넨 말 한마디가 내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어 상처를 준다던지, 나는 정말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또 시험에 떨어진다던지, 기분 좋게 집을 나선 지 10분 만에 지하철에서 빌런을 만나고 하루종일 기분을 잡친다던지. 멘탈이 무너지고 감정이 상한다.
이때 내가 마음을 잡는 방법이 있다. 내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선 파악한다. (여기서 실패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지만) 무엇인지 알아냈다면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인지 '바꿀 수 없는 것'인지 판단한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내 통제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이고, '바꿀 수 없는 것'은 그 범위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내가 봐도 너무 T스러운 말이긴 하지만, '바꿀 수 없는 것'은 최대한 잊어버리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그게 말처럼 쉽냐고 묻는다면... 그래도 계속 시도하다 보면 조금씩 익숙해지지 않을까?
이는 곧 에너지의 효율적인 분배를 말한다. 에너지는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한 번에 너무 많이 쏟아버리면 정작 필요할 때 쏟을 에너지가 없는 경험을 우리는 종종 한다. 당연히, 감정도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한다. 특히 부정적 감정은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비유하자면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이다. 완전히 끊어낼 수는 없지만 위험성을 인지하고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명확하게 이를 구분한다면 인간이 아니라 AI에 가깝다. 삶의 변수들로 어려움을 겪고 매 순간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가는 게 인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마음을 지키고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이런 마인드 컨트롤은 중요하다. 10년째 내 인생 드라마 1위로 꼽는 tvN 드라마 미생의 명대사 하나가 떠오른다. "순류에 역류를 일으킬 때 즉각 반응하는 것은 어리석다. 상대가 역류를 일으켰을 때 나의 순류를 유지하는 것은 상대의 처지에서 보면 역류가 된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휩쓸려 감정을 소비하고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나의 순류를 유지한 채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성실하게, 묵묵히 나의 길을 가는 사람은 반드시 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