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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는 말보다

짧은생각 #10 : 언젠가 앞으로 나아갈 그날을 위해

by 지원

흔히 누군가가 좋은 기회를 얻거나 일이 잘 풀리는 걸 보면 주변에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보통 응원과 격려의 의미로 하기 마련이고, 나도 그랬다. 그 자체로도 듣기 좋은 말이다.

그러다가 오늘 저녁에 아무 생각 없이 인스타 릴스를 내리 중 과학 유튜버 궤도님의 이야기를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았다. 영상에서 궤도님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평생 노를 젓고 있었어. 물이 없으니까 제자리에 있던 거지. 근데, 물이 들어오니까 이제 앞으로 나가는 것뿐이야. 나는 이 물이 빠지면 또 그 자리에서 노 젓고 있을 거야. 물이 들어올 거라 기대도 안 해. 어차피 물이 없어도 나는 땅을 긁어서라도 간다, 그런 생각이었어, 그동안. 누가 잘 되면 '그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이게 아니라, '항상 노 젓고 있는 너에게 드디어 물이 들어오니 네가 앞으로 나가는구나' 이게 나는 더 멋있는 것 같아"




그러고 보면, 요즘 같은 사회에서 노 젓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다. 나도 하루하루 열심히 노를 저으면서 살고 있다. 어떤 날은 힘에 부쳐 잠깐 멍하니 있다가도, 또 어떤 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있는 힘껏 노를 젓는다. 물이 언제 들어올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열심히 젓는다.

그러다 어느 날 물이 들어오고 드디어 앞으로 나가기 시작할 때, 궤도님의 말처럼 '항상 노 젓고 있는 너에게 드디어 물이 들어오니 네가 앞으로 나가는구나'라는 말은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다. 그간의 수고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될 것 같다. 쉽지는 않겠지만 '땅을 긁어서라도' 앞으로 나가겠다는 용기는 거기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오늘도 다시 힘을 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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