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기의 마지막 문장이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을 텐데,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가다가 나도 모르게 저 문장을 휘갈기고 일기장을 덮어버렸다. 며칠째 마음을 답답하게 하던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온 듯하다.
더러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간다는 말을 많이 한다. 활시위를 당기면 순식간에 휙 지나가버리는 화살에 빗댄 표현이다. 되돌아오지도 않고, 붙잡을 수도 없다. 심지어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점점 더 가속도가 붙는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은, 아주 불쾌한 감정이 불쑥 고개를 든다.
요즘은 대부분 디지털 시계에 익숙하겠지만, 사실 시간은 아날로그 시계 위에서 그 본질이 드러난다. 시침, 분침, 초침이 각자의 주기를 지킬 때 비로소 시간이 흘러가게 된다. 앞서 말했듯 시간은 반드시 일방향으로 흐르지만, 동시에 주기적으로 흐른다. 해가 뜨고 지며 아침과 저녁을 반복하고, 봄이 가고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가면 다시 봄이다. 앞만 보고 달리는 줄만 알았는데,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올해 프로야구의 인기가 어마어마하다. 나도 오랜 롯데 자이언츠의 팬으로서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그간 15년 넘게 야구를 보며 느낀 바로는, 아무리 뛰어난 타자들도 타격 사이클은 피할 수 없다는 것. 배트에 맞히기만 하면 뻥뻥 담장을 넘기더니, 어느 순간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서 연일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봤다. 그러다 또다시 팀을 구하는 영웅이 되기도 한다.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하고 손을 드는 모습은 모든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도저히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야구의 매력이다.
인생도 주기가 있다. 그렇다. 나만의 주기가 있다. 미친듯이 달려가다가도 털썩 주저앉는다. 불타는 열정도 한순간에 식는다. 그런 시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오곤 한다. 내 자존감 그래프는 마치 비트코인 차트 같다. 그럴 때마다 나 스스로 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걸 알지만 쉽사리 놓아줄 수가 없다.
그래도 아침 동트기 전 하늘이 가장 어둡고, 추운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온다. 슬럼프를 딛고 팀을 구한 선수의 인터뷰,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기 마련이고 기회는 다시 온다고 믿고 있었다는 말. 어떤 상황에 있든 묵묵히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살다보면 다시 올라갈 것이라 믿는다. 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