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잠깐 고민하다가 노래, 독서, 영화 감상 등을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막상 내 일상을 뜯어보면 굉장히 많은 시간을 야구에 할애한다. 왜 야구는 취미에 대한 답변으로 잘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해 봤는데, 나에게 야구란 취미 이상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어버려서 그런 것 같다. 특히 올해 KBO 프로야구의 역대급 흥행과 함께 그 비중은 더욱 커졌다. 그냥 보고 끝내기에는 아쉬운 마음에 이렇게 '야구팬으로 살아남기'라는 콘텐츠까지 시작하게 되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처음 야구를 보기 시작한 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야구 국가대표팀이 9전 9승으로 금메달을 거머쥔 해이자 고향 부산에서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하면서 롯데 자이언츠가 8년 만에 가을야구를 간 해이기도 하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나는 갑자기 부산에 엄청난 야구 열풍이 불면서 자연스럽게 야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 자이언츠가 1차 암흑기(비밀번호 8888577)를 끝내고 5년 연속 가을야구를 했으니 부산시민으로서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일주일치 용돈을 받아 친구들과 문방구나 들락거리던 시절이라 사직구장 직관을 다닌다거나 야구 유니폼을 산다던가 하는 건 꿈도 못 꾸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3년부터 롯데의 2차 암흑기가 시작되었다. 작년까지 총 10개의 시즌을 치르는 동안 가을야구는 2017년 단 한번. 하필 그때는 내가 군복무 중이라 야구를 챙겨보지도 않았고 포스트시즌 진출의 기쁨 또한 누리지 못했다. 시즌 초반의 '봄데'와 시즌 후반의 '꼴데'라는 오명을 쓰면서도 비시즌에는 다시 기대하곤 했지만, 로이스터 감독의 일명 'No Fear' 정신으로 야구를 입문하고 이대호의 전무후무한 7관왕을 보면서 환호했던 나는 점점 야구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한동안 내가 선택한 것은 롯데의 경기를 챙겨보기보다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며 그 시절의 유튜브 영상을 돌려보는 것이었다.
사진출처 : 컴투스
그러던 중 올해 초에 우연히 컴투스프로야구의 광고를 보게 되었다. 이 글의 제목이기도 한 '야구, 좋아하세요?'라는 카피를 가지고 나온 이 1분짜리 영상은 나에게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고, 댓글 반응들을 보니 나뿐만 아니라 다른 KBO 팬들도 같은 감정을 느낀 듯하다. 괜히 울컥하면서도 벅차오르는 느낌. 혹시 아직 영상을 보지 못한 분들은 꼭 한번 보고 오시는 것을 추천한다.
불 꺼진 거실 소파에 누워 야구를 보는 멍한 표정, 경기에 지고 난 다음날 아침 출근길의 축 처진 어깨, '나는 왜 하필 야구를 좋아해서 이렇게 고통받는 걸까?' 생각하며 툭 내뱉는 한숨. 하지만 매일 저녁 6시 반이면 슬그머니 이어폰을 끼고 스코어를 확인하는 모습. 경기가 없는 월요일이면 견디기 힘든 허전함에 지난주의 하이라이트 영상만 하루종일 돌려보는 모습. 직관을 가는 날이면 3시간 동안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열렬히 환호하는 모습. 다음날 아침, 그 누구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서는 모습. 영상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나의 모습이었다. 동시에 모든 야구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야구를 가장 잘 표현한 말, '도무지 적당히 좋아할 수 없는 스포츠'. 나는 그렇게 올해 다시 야구를 챙겨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