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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좋은 게 아니라, 좋은 결혼을 해야 합니다.

짧은생각 #15 : 내가 결혼을 준비하며 깨달은 것들

by 지원

지난 1월, 나는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여느 부부들처럼 많은 시간을 내고 큰돈을 들여서

상견례, 스드메, 예복 등 보통의 결혼 준비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사실 '결혼식'을 위한 것일 뿐,

정작 '결혼'을 준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결혼은 법적으로 부부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하지만

우리 삶에서는 법률적 관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두 사람의 결혼은 곧 가족의 확장이며, 또 하나의 새로운 가정의 시작이다.


물론 일부 사람들에게 '가족의 확장'이라는 개념은

적지 않은 부담감 내지는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한 사람의 기질과 성향, 언어와 행동양식은

절대 가정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나'라는 사람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바로 가족이다.


역설적이게도,

부모로부터 독립해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된 지금

비로소 '나'와 '가족'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나의 결혼 소식을 주변 지인들에게 알리면 꼭 이런 반응이 섞여 나온다.

"결혼하면 뭐가 좋아?"


그러게. 뭐가 좋을까.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만나고 있는 상대방이 너무 좋아서라기에는,

꼭 그게 결혼이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일부 TV 예능에 나오는 부부의 모습을 보면

우리가 꿈꾸는 결혼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처음부터 결혼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대로 '결혼지옥'이다.


그러다 이 지점에 생각이 닿는다.

'결혼이 좋은 게 아니라면, 좋은 결혼은 뭘까?'




언젠가 지나가며 봤던 유튜브 숏츠 영상 하나가 떠오른다.

아마 '짠한형 신동엽' 채널이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늘 '상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거든?
근데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려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야 해.
...
과연 내가 결혼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알아야 된다는 거야.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행복할까'라는 게스트의 질문에 대한 신동엽 씨의 대답이다.

나 스스로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누구를 만나도 행복할 수 없다는 통찰이다.


그렇다면 다시, '좋은 결혼'이란 뭘까?

결국 나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는 왜 화가 나는지, 어떤 것에 위로를 받는지,

나의 상처는 무엇인지, 나는 어떻게 행복해지는지.


또, 그렇게 나를 들여다보면 자연스레 나의 가족들을 돌아보게 된다.

어린 시절 목마를 태워주시던 아버지의 넓은 어깨,

엄마 손은 약손이라며 배를 만져주시던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

동네 공터에서 함께 즐겁게 뛰어놀던 동생의 해맑은 얼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가족의 의미를 놓친다면

과연 앞으로 만들어갈 내 가정이 행복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본다.


결혼에 앞서 원가정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원가정에서의 깊은 대화와 소통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결혼을 준비하는 데에도 적용된다.


나를 이해하고,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부터

비로소 행복한 결혼생활이 시작되리라 생각한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비싼 다이아 반지를 끼고,

많은 사람의 박수 속에 행진하는 모습도 좋지만,

그 이후의 삶은 오로지 두 사람의 것이다.


결혼이 좋은 게 아니라, 좋은 결혼을 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행복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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