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예배가 끝났고 목사가 핸드벨을 울리며 예배당 밖으로 향했다. 에스더의 남편이 나무 십자가를 들고 그 뒤를 따랐다. 루카스는 대머리에 배불뚝이였다. 아내를 잃었다는 슬픈 표정은 없었다. 저 사람은 에스더를 진실로 사랑했을까? 에스더는 루카스를 사랑했을까? 자꾸만 부질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에스더의 아들과 딸이 영정 사진을 들고 천천히 걸어 나갔다. 친인척과 조문객들이 그 뒤를 이었다. 지상에서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늘려 보려고 나는 행렬의 맨 끝에서 느릿느릿 걸었다.
삼십여 가구의 작은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공동묘지에 도착했다. 관이 내려가고 조문객들이 하얀 국화꽃을 한 송이씩 던져 넣었다. 흙을 한 줌씩 집어서 관 위에 고루 뿌렸다. 낮은 봉분 위에 자그마한 나무 십자가가 세워졌다. 지상에 남겨진 것은 겨자색 십자가에 새겨진 검은색 알파벳과 숫자뿐이었다.
Esther Kim Schmidt. Jun. 1981 ~ Dec. 2019.
38년 6개월…… 너무 이른 마침표였다. 모든 것이 끝났다. 엠마가 저만치서 나를 보았다. 무덤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나를 향해 어깨를 으쓱하고 양손을 펼쳐 보였다. 나는 들고 있던 붉은 장미 꽃다발을 십자가 옆에 내려놓았다. 흐린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을 쏟아낼 것처럼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