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벨 소리와 함께 시작된 예배는 기도, 성경, 말씀, 찬송으로 이어졌다. 그녀의 행장을 요약한 추도사를 엠마가 독일어로 읽었다. 마을에서 가장 친했다는 중년의 부인이 걸어 나와 에스더의 애송시 ‘쉬투펜’을 낭송했다.
무릇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다. 그것이 우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성이 자리한 높은 언덕과 마을을 가르는 작은 개울을 따라 산책하면서 그녀가 자주 불렀다는 브라이언 이노의 「By This River」가 흘러나왔다. 잔잔한 기타 리듬에 맞춰 걸으며 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자문하는 에스더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었다. 드디어 내 차례였다. 헛기침을 하고 마이크를 잡았다.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날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준비한 글이었다.
페르시아의 왕비였던 별 하나
한반도의 남쪽 한옥마을에 내려왔죠.
눈처럼 새처럼 훨훨 날아서
라인강 옆 작은 마을로 건너갔죠.
서른아홉 번째 겨울 어느 날
북해를 건너온 야누스의 바람에
동백꽃처럼 툭 떨어져 버렸죠.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걸었던 사람아
새로운 시작을 좋아했던 사람아
다시 눈처럼 새처럼 훨훨 날아서
한옥마을 성당 앞으로 내려오기를
천변의 사각정 그늘로 돌아오기를…….
비행기에서는 사랑이라고 썼는데 장례식에서는 사람이라고 고쳐 읽었다. 나는 에스더에게 속내를 드러낸 적이 없었다. 왜 나는 그녀를 잡지 못했을까? 나는 무엇이 두려웠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