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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두칠 Nov 06. 2023

공무원은 연금 보고 한다?

오해 하나 : 공무원연금

아영이의 해명 : 공무원은 연금 보고 하는 직업이 아니에요!


공무원으로서 제일 많이 받는 오해라면 역시나 연금 얘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최근에 공무원 인기가 부쩍 떨어지면서 신규 공무원이 받는 월급이 주목 받고 있잖아요. 너무 적다면서 말이죠. 그런데 그런 얘기를 다루는 뉴스 댓글에 늘 등장하는 게 공무원연금 얘기에요. 공무원은 당장 받는 건 적어도 결국 든든한 연금 보고 하는 거라면서 말이에요.


그런데 있잖아요,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보다 후져요.



공무원연금 우월한 국민연금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모두 공적연금입니다. 공무원은 공무원연금의 대상이 되고요, 공무원이나 군인 같은 일부 특수직역자를 뺀 모든 국민은 국민연금의 대상이 됩니다.


운영은 각각 공무원연금공단과 국민연금공단에서 따로 하고 있습니다. 운영 주체만 다른 게 아니라 세부적인 내용도 다르고요. 예를 들면 벌이가 똑같아도 내는 돈도 다르고 나중에 받는 돈도 달라요.


그래서 이런 저런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공무원 연금이 좋다’는 얘기죠. 오늘의 주제가 이거잖아요.


단순 비교를 위해 공통 상황을 하나 깔겠습니다. 매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으로 동일한 두 사람이 각각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30년 동안 가입한다고 칩시다.


만약 이 사람이 공무원이라면요, 매달 9만원을 내고 51만원씩 받습니다. 민간 근로자라면 매달 4만5천원을 내고 30만원을 받습니다. 공무원이 민간 근로자에 비해 부담하는 비용은 2배인데 나중에 받는 돈은 1.7배죠. 국민연금이 공무원연금보다 단연 수익률이 높아요.


공무원연금이 수익률에서만 불리한 건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꽤 많아요. 대표적인 게 퇴직금이죠. 공무원연금은 단순히 국민연금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기초연금, 퇴직연금, 산재보험 등을 다 포함한 거거든요.


이게 무슨 뜻이냐고요? 공무원은 기초연금 대상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퇴직공무원이라면 저소득층 노인이 되어도 기초연금이 안 나옵니다. 심지어는 그 배우자에게도 안 나오죠. 배우자가 순수 민간인이라 할지라도요.

<빈곤한 퇴직공무원 기초연금 받을 길 열리나> ('23.10.31. 연합뉴스)


민간 같은 퇴직연금도 없습니다. 퇴직수당이라는 이름으로 퇴직 시 일시금으로 주는 돈이 있긴 한데, 퇴직연금이랑 비교하면 금액이 확연히 적습니다. 재직기간에 따라 차이가 좀 나기는 하지만, 통상 민간의 1/4 수준으로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7급으로 4년 정도 일하다가 그만두면 퇴직수당은 1백만원이 좀 안 나옵니다. 민간이었다면 4백만원 넘게 나오고요.

<국민연금만 못한 공무원연금… 퇴직금은 여전히 쥐꼬리> ('22.6.7. 이투데이)


그리고 자금 유동성도 줄어들죠. 특히 저연차 공무원한테 기회비용이 심합니다. 월급은 적은데 연금 납입금은 많으니까요. 주담대든 전세대출이든 학자금대출이든 빚이 있는 사람들은 빚 갚는 돈을 연금에 넣는 셈입니다. 빚을 늦게 갚는 만큼 그에 따른 이자가 복리로 나가죠. 재테크 굴릴 여윳돈도 적어지니까 그런 수익도 줄어드는 거고요.


즉, 숫자로 드러나듯 공무원연금 보다 국민연금이 낫다는 건 ‘사실(fact)'입니다. 해석의 여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인 ‘의견(opinion)'으로 치부하기에는 숫자 차이가 크죠.


공무원연금이 좋다는 합리적인 오해

그렇다면 말이죠, 객관적인 수치로 다 확인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이 좋다는 소문이나 공무원은 연금 보고 하는 직업이라는 오해들은 대체 왜 생겨난 걸까요.


제가 생각을 해봤거든요? 근데 이게 전혀 얼토당토 않게 생긴 오해들은 아닌 거 같더라고요. 오해는 오해지만, 오해할만한 근거들이 있었던 것 같다는 말입니다. 말이 안 되는 말이지만, 일종의 ‘합리적 오해’라고나 할까요.


첫째, 애초에 연금 받는 직업은 공무원 밖에 없었어요. 지금처럼 전국민이 국민연금 대상자가 된 건 불과 2006년 일입니다. 반면 공무원연금은 1960년부터 시행됐습니다. 연금에 대한 인식이 우리 사회에 자리잡기도 전에 연금을 받는 퇴직공무원이 있었던 거죠. 주변에서 볼 땐 신기했을 거에요. 아무것도 안 해도 저렇게 돈이 나온다니. 연금을 수령한다는 것 자체가 좋아보였을 수 있죠.

국민연금 연혁 : ('88.) 10이상 사업장 근로자 + ('92.) 5인 이상 사업장 + ('95.) 농어촌 지역 + ('99.) 도시 지역 + ('06.) 1인 이상 사업장 전체


둘째, 진짜로 공무원연금이 좋기도 했었어요. 네, 2023년 현재 얘기가 아니라 옛날 얘기에요. 옛날 공무원들은 실제로 적게 내고 많이 받았거든요. 그 때는 공무원연금이 분명히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장점이었죠. 비록 낮은 임금에 대한 보상이었지만요.


그러다가 몇 차례의 개정을 거쳐 현재까지 왔습니다. 제일 최근이 2016년이네요.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게 됐습니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개악’된 거고, 그렇지 않은 입장에서는 ‘개정’된 겁니다.

더 내고 : 본임부담률 28.5% 인상 / 덜 받고 : 연금지급액 10.5% 하향 / 늦게 받고 : 연금개시연령 5세 상승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이 바뀐 게 아직 채 십 년도 안 됐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아직 예전 공무원연금을 기억하고 얘기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들은 젊은 사람들 중 일부도 그렇게 오해할 수 있고요.


결정적으로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공무원연금 수령자들 중에서는 ‘걸어다니는 중소기업’급으로 연금을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령 퇴직한 공무원 노부부가 그렇죠. 퇴직 당시의 직급에 따라 다르지만, 부부가 합쳐 연 1억을 받아가기도 합니다. 해외여행을 열심히 다녀도 다 못 쓸 정도죠. 우리 눈에 보이는 공무원연금 수령자들이 그러니까, 공무원연금이 좋다는 오해를 할 수 밖에요.


셋째, 절대적인 수령액은 공무원연금이 많습니다. 당연하죠, 많이 내니까요. 그러니까 받는 돈도 공무원연금이 더 많죠. 앞뒤맥락 다 떼고, 어쨌든 많이 받기는 하니까 마치 공무원연금이 더 좋아보이는 착시효과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란 건 지금 당장의 자극, 눈 앞의 돈에 반응을 하는 존재니까요.

<국민연금 53만원 vs 공무원연금 248만원… 수급액 격차 줄이려면> ('22.7.22. 연합뉴스)

월평균 본인 부담액 : 공무원연금 48.5만원, 국민연금 12.7만원 ('20. 기준)


국민연금이랑 합쳐주세요

현재의 공무원연금은 정부라는 회사가 공무원이라는 직원에게 제공하는 복지가 아니에요. 오히려 정부라는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공무원이라는 직원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에 가깝죠.


한 마디로 지금 공무원들에게 공무원연금은 ‘어드밴티지’가 아니라 ‘핸디캡’인 겁니다.


게다가 앞으로도 공무원연금은 또 몇 번은 개혁(?)되겠죠. 신규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본인이 퇴직할 때 즈음엔 지금보다 못한 공무원연금을 받을 게 뻔한 상황이라고요.


이럴거면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이랑 합쳐달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하다못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중 하나를 선택해서 들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도 있어요. 공무원은 국민이 아니냐는 감정섞인 말과 함께 말이죠. 그만큼 공무원연금에 대한 공무원들의 인식은 꽤나 부정적입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과 통합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건 국민연금 재정에 안 좋거든요.

<연금통합론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 ('22.3.3. 한겨레)


결국 국민연금이랑 합쳐달라는 요즘 공무원들의 외침은 그저 허공만을 떠돌다 말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에 대한 요즘 공무원들의 인식만큼은 분명한 사실이에요.



최근 국민연금 개혁 얘기가 뜨거운 것 같더라고요. 이대로 가다간 연금이 바닥난다는 둥, 몇 년생부터는 연금을 못 받을 거라는 둥 잿빛 전망이 많습니다. 돈을 내고 있는 입장에선 아주 불안할 얘기들이죠.

<尹 "연금개혁, 국민적 합의 위해 최선 다할 것"> ('23.10.30. 머니S)


누구나 든든한 노후를 꿈꿉니다. 머니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건 월급쟁이들의 바람이에요. 연금 역시 그런 차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산 전문가들은 우리가 구성해야 할 포트폴리오 중에 연금이라는 보험을 꼭 포함시켜요. 공무원연금도 국민연금도 그래서 필요한 게 아닐까 싶네요.

<2030세대 10명중 6명 “노후생활비 마련 주된 방법은 그래도 국민연금”> ('23.10.30. 매일경제)


하지만 공무원연금이 공무원들의 특혜라는 오해는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공무원연금은 그냥 포트폴리오를 위한 하나의 연금일 뿐이니까요. 국민연금보다 쫌 덜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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