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둘째가 왔다. #8

출산은 계획적으로

by 파란

난 첫째 출산 때 흔히 말하는 최악의 케이스였다.

20시간 진통 끝에 수술로 아이를 낳았다. 첫째는 예정일을 훌쩍 넘겨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할 일 없는 만삭 임신부는 인터넷 출산 후기를 보며 혹시 태변이라도 보지 않을까 이런저런 걱정 끝에 유도분만에 들어갔고 12시간 후에야 진통이 걸릴 거라는 간호사의 말과 달리 3시간 만에 진통이 왔다. 진통에 비해 진행은 더뎠고 남편은 내 옆에서 밤을 꼴딱 세웠다. 무통주사 후 참 운도 없게 골반통이 온 나의 다리를 밤새 주무르느라 다음날 아침엔 둘 다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보다 못한 남편은 의사에게 수술을 요청했지만 이제 조금만 고생하면 되는데 무슨 수술이냐며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말을 들었다. 얼마 후에 자궁문은 다 열렸지만 애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며 분만실로 이동하지 못했다. 밤새 나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들이 대기실에서 분만실로 가는 걸 몇 차례나 본 나는 최선을 다해서 힘을 주다 결국 두 번 까무러쳤고 그걸 본 남편은 수술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땐 선생님도 자궁문이 열리고 애가 너무 오래 안 내려오면 위험하다고 입원한 지 24시간이 다 되어서야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오히려 수술실에서는 의연했다. 이제 그 기나긴 진통을 안 할 수 있구나.. 아기 나오면 재워드릴게요 라고 하는 간호사가 천사처럼 보였다. 수술이 들어가고 어머 애가 탯줄을 감고 있었네 하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난 잠이 들었다.


한 치도 예측할 수 없었던 첫 번째 출산과 달리 첫째 때 수술한 덕분에 둘째 출산은 모든 게 계획적이었다.


선생님이 정해준 기간에 원하는 날짜를 찍으라고 알려주셨다. 난 첫째 등원시키고 병원 가서 수술하고 하원 할 때 남편이 집에 갈 수 있게 오전에 하자고 했지만 그래도 나쁜 날은 피하자며 가까운 철학관에서 날을 받았다. 그때가 길일인가 봐요 그 시간에 수술이 많네요 라는 선생님의 말에 잠깐 부끄럽긴 했다.


첫째를 등원시키며 엄마의 부재를 계속 설명했다. “엄마 동생 낳으러 갈 거야 엄마 없어도 아빠랑 고모랑 잘 있을 수 있지? 울지 않고 씩씩하게 엄마 기다리는 거야!” 투정 한번 없이 엄마 잘 다녀와 라며 손을 흔드는 아이의 모습에 내가 더 울컥했다.


분만대기실에 누워있을 때 남편은 첫째 때와 달리 참 편해 보였다. 대기실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하는 남편에게 좋냐? 하고 물으니 허허허 웃으며 첫째때 생각하면 편하네 하며 멋쩍게 웃었다.


우리가 요청한 시간에 맞춰 수술이 들어갔고 잠들었다 눈을 떴을 땐 이미 수술 뒤처리 중이었다. 아이는요?라고 묻는 내 말에 선생님은 벌써 신생아실이죠 하며 기분 좋게 웃었다.


아깐 분만대기실이었지만 이번엔 회복실이 된 곳에서 남편을 다시 만났다. 나와 달리 아주 말끔한 상태의 남편은 나에게 갓난쟁이의 동영상과 사진을 보여주었다. 정말 첫째 때는 상상도 못 할 여유였다.


너무 순조로운 출산 때문이었을까

내 머릿속은 온통 첫째 걱정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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