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나의 육아 전쟁기
남편이 떠났다.
출장을. 그것도 아주 장기로.
난 코로나 때문인지
육아에서 혼자 벗어나 출장 가는 남편 때문인지
미운 다섯 살 첫째 때문인지
화가 늘었다. 사소한 투정도 못 받아주고
별일 아닌 일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베베 꼬인 나를 독박에 굴레에 가두고
육아 동지(육아 보조에 가까움)가 떠났다.
이런 때에 미안하네 라는 말을 남기고
이런 때란 난 곧 복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와 다섯 살 첫째의 유일한 쉴 곳인 아빠가 떠났다.
난 마음을 다 잡아야 했다.
아이에게 짜증 내지 말자. 소리 지르지 말자.
짜증은 짜증이 돼서 돌아온다는 걸 늘 알면서도 그
짜증 하나를 이겨내지 못했다.
나의 짜증은
별일도 아닌 데에 화를 냈다는 자괴감으로
아이는 아이대로 모든 일에 떼를 쓰고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돌아왔다.
아빠가 떠난 첫날
나의 다짐이 무색하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래도 바로 반성했다.
‘이럼 안돼.
갈길이 멀다 두 달 반 중 하루도 안 지났다.
이 장기전에서 이기는 방법은 짜증을 줄이고
아이 행동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뿐이다...’
다음날
평소 밥을 돌아다니며 먹는 녀석이 웬일인지 가만히 앉아서 밥을 다 받아먹었다.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고 배가 고파서 한 행동 같았다.
만 4년 3개월 이 녀석을 키우면서 정말 처음 있는 일이라 나도 모르게 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며 칭찬을 쏟아냈다. 그 모습에 아이는 함박웃음.
“엄마가 칭찬해주니 너무 좋아!!”
아차 싶었다. 나는 못하는 걸 혼내만 봤지 잘하는 걸 칭찬 한번 제대로 못할 여유 없는 엄마였구나.
남편이 떠난 지 삼일
난 좀 더 부지런히 집을 치우고
아이에게는 소리를 지르지 않고
다짐을 잘 지키고 있다.
그 삼일 동안
우리 집 징징이 두 마리는 놀랍게도 잘해주고 있다.
떼쟁이 첫째는 내 짜증이 사라지자
녀석의 억지도 사라졌다.
나의 부탁에 늘 못해, 몰라로 돌아오던 대답이
재빠른 행동으로 바뀌었다.
독박의 역설.
독박인데 나와 아이는
어느 때보다 잘하고 있다.
언젠가 또 짜증이 밀려오겠지
그리고 넌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쓰겠지
하지만 또 우린 잘할 수 있을 거야.
그렇다고 독박을 계속하겠다는 건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