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노동자의 삶
6시 50분 핸드폰의 알람이 울리면
혹여 애들이라도 깰세라 서둘러 끄고 다시 눈을 감는다.
아주 피곤한 날이 아니라면 대게 55분쯤을 눈을 뜬다.
뭉그적 뭉그적 5분 정도 뒤척이다
아이들을 뒤로하고 화장실로 간다.
간단히 샤워하고 얼굴에 마스크 팩 한 장 붙이고
옷을 챙겨 입으면 내 출근 준비는 끝이 난다
7시 20분 즈음
애 둘 어린이집 가방을 싸고 있으면
엄마 배꼽을 찾다 엄마가 사라진 걸 눈치챈
둘째가 울며 안방을 나온다
푹 잔 날은 한번 안아주면 바닥에 다시 누워
눈을 살짝 감고 있고
영 컨디션이 별로인 날은 5분이고 10분이고 안아달라 떼를 쓴다.
둘째를 거실 소파에 앉혀놓고
티브이를 틀고 안방으로 가 커튼을 연다.
꿈틀꿈틀 첫째는 일어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번엔 주방으로 가
어제 해서 넣어둔 밥과 국
그리고 백김치와 계란 한 알을 꺼낸다
전자레인지에 차례대로 밥과 국을 돌리고
계란 프라이와 김치를 담고 티브이 앞으로 가면서
첫째 이름을 크게 외친다
이젠 일어나야지!
둘째 입에 국에 만 밥을 넣다 말고
첫째를 깨워 데리고 나오면
녀석은 그대로 소파에 철퍼덕
내려오라 여러 번 소리를 쳐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티브이를 본다.
방금 일어난 아이 입에 물과 섞은 유산균 한 숟갈을 먹이고 아침식사를 시작한다.
큰 놈 한입 작은놈 한입
노른자는 큰 놈 하얀 자는 작은놈
이렇게 티브이를 보면 받아먹으며
티브이 앞 디지털시계로 시간을 가늠한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첫째 엉덩이를 두드리며
세수와 양치를 재촉한다 어서어서
그러는 동안 나는 아침의 흔적을 싱크대에 넣어두고
두 아이의 옷을 고른다.
엄마의 취향은 무시된 지 오래고
그들의 취향에 맞추지 못한 날은 울음이 시작된다.
내 마음의 여유가 있는 날은 그럼 뭐 입을까? 라며 그들의 마음을 읽어보려 하지만
여유라고는 한 톨도 없는 날은 오늘은 그냥 좀 입자! 하며
짜증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나의 짜증은 그들의 울음을 길게 할 뿐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내 감정을 노출하지 않고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그런 날은
어린이집에 두 아이를 보내는 순간까지
내 미간은 펴질 줄 모른다.
그러고 또 서둘러 직장으로 향한다.
진짜 노동자의 시간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