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둘째가 왔다.#4

또다시 두 줄

by 파란

껌딱지처럼 나만 졸졸 따라다니던 아이도 곧잘 혼자 놀게 되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길 사무실 앞 카페에서 먹는 아메리카노가 맛있어질 때 즈음.. 남편은 내게 둘째 이야기를 꺼냈다.


“OO, 둘째 가지려고 인공수정 시작한다네”

“그래? 거기 하나만 낳고 그만둔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복직 전 둘째 이야기를 했을 때 “거기도 하나만 낳는다는데 우리가 뭘..”이라며 본인의 둘째 생각 없음을 이야기할 때도 거론됐던 사람이다. 거긴 와이프가 전업에 꽤 잘 사는 친정이 가까이 있는 우리에 비하면 아이 키울 만한 집이었다. 물론 내 남편 기준에.


“그래서 말인데.. 너구리한테 동생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 없다더니 왜 바뀌었데?”

“생각해보니 하나는 너무 외로워.”


꽤나 확고했던 마음을 뒤집은 게 OO가 둘째를 가지려고 한다는 이유만은 아닐 테고 하나로 끝내자고 줄기차게 말하던 사람이 왜?라는 생각이 들어 계속해서 무슨 계기로 그러냐 물어도 대답은 하나는 외로울 거 같아서 라는 말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둘째가 내키지 않았다. 이제야 손이 조금 덜 가고 주말에 아빠한테 맡기고 친구 만나러 갈 정도가 되고 회사일도 슬슬 적응하고 재밌어지려는데 다시 회사를 쉬고 육아로 돌아가라니. 복직 전엔 다시 회사 가는 게 조금 두려워 둘째 낳아 연장이라도 해볼까 했지만 이제 복직도 한 마당에 다시 또... 솔직히 나만 생각하면 둘째는 갖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한편으로 아이에겐 둘째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에 남편에게 우리 둘짼 접자라고 강하게 이야기하지도 못했다. 다만, 꽤 오랜 기간 임신 준비를 하고 어렵게 얻었던 첫째를 생각하며 ‘쉽게 생기겠어 자연임신 안되면 말지 뭐’하고 딱히 둘째를 낳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이튿날 저녁 오늘은 뭘 먹을까 하며 숙소에서 뒹굴거리는데 휴가 중에도 쉬지 않던 남편 핸드폰에 급기야 팀장까지 전화벨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저녁 7시가 다 된 시간 남편은 팀장과 한참을 통화하다 우리를 숙소 두고 가까운 피시방을 찾으러 갔다. 저녁도 못 먹고 밤 10시에 숙소로 돌아온 남편을 보며 난 우리에게 둘째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육아에서 남편의 도움이 절실한데 남편은 너무 바빴다. (물론 남편 회사가 늘 이런 식인 건 아니다.) 나가서 먹을 생각에 숙소에 장 봐 놓은 것도 없는데 렌터카는 남편이 들고 가고 편의점에서 산 햇반에 계란으로 아이와 저녁을 대충 때운 나는 그날 밤 냉장고에 있던 소주를 꺼내 마시며 선언했다.


“둘째 갖지 말자.”


그런데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유독 컨디션은 안 좋고 헛구역질이 나고 두통으로 오는 내내 눈만 감고 있었던 나는 집에 오자마자 혹시 하며 한 테스트기에서 또다시 두 줄을 보았다.


인생 정말 계획대로 되는 거 하나도 없다지만 이건 정말 제멋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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