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두 줄을 본 순간.
난 좌절했고
남편은 환호했다.
둘째 갖지 말자는 내 선언에 그래도 올해까진 노력해보자며 날 살살 달랬던 남편.
“산부인과 언제 갈까? 이번 주말에 가면 되나?”
“이번 주에 가긴 뭘 가.. 가봐야 아기집도 안 보일 거 이제 6주 됐겠네. 한 10주는 돼야 심장소리
듣고 임신증명서 나오지 그때 가면 되지...”
경험자가 이렇게 무섭다. 첫째는 두줄을 보고도 의심이 돼서 또 테스트하고 병원도 바로 뽀로로 달려가 아기집이 안보이니 피검사하자.. 피검사하니 수치는 높은데 아기집이 안 보인다 자궁외 임신일 수도 있다. 별소리를 다 듣고 별 난리를 다 쳤는데..
이번엔 아주 침착했다. 일찍 가봐야 조심하란 말만 듣고 예정일도 안 나오겠지 하며 산부인과 방문을 미룰 여유도 생겼다.
사무실에도 입을 닫았다.
계산해보니 예정일이 얼추 정기인사 기간에 맞아떨어질 거 같아 최대한 공석인 기간을 줄일 수 있겠다 싶기도 했고 복직 한 지 얼마 안 돼서 또 임신했어요라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한 편으로 한없이 우울했다.
첫 번째 임신했을 때의 그 설렘과 신비함은 없고 임신, 출산, 육아라는 터널을 또 거쳐가야 한다는 생각에 뱃속 아이에게 미안하게도 기쁜 마음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99.8%의 정확성을 보인다는 임신테스트기의 오류이길... 바란 적도 있었다.
남편은 내 속도 모르고 태명은 뭐가 좋을까? 뭐 했으면 좋겠어? 하며 혼자 신나 했다.
하지만 이건 이것대로 나를 힘들게 했다. 그래도 조금은 바랬던 임신이지 않았나? 첫째에게도 좋은 일 아닐까? 그런데 왜 이렇게 한없이 우울하고 원망스럽기만 할까..
두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는 언니에게 이 감정을 털어놓았다. 언니도 둘째가 생겼을 때 카톡에 ‘아... 둘째 생겼다. 어쩌지. 너무 우울하다’고 글을 남긴 이력이 있었다. 언니는 나에게 이렇게 고백했다. “ 난 그때 이 아이가 잘못돼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까지 했어.” 어쩌면 충격적인 고백에 나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사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생각까지 하는 내가 너무 엄마 같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 그 감정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아무것도 모르고 날 보며 좋다고 웃는 아이를 보면 문뜩문뜩 미안함이 몰려온다.
언니도 가끔 웃으며 이야기한다. “ 쟨 내가 잘해준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날 좋아하지...” 아마 한없이 잘해주고 있어도 그때 그 마음이 너무 무겁고 미안해서 드는 마음이 아닐까..
그때 그 마음이 이렇게 무겁게 남아있을 줄 알지 못했다. 태어난 후에도 그렇지만 둘째는 시작부터 마음의 빚이 한가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