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성별은
임신을 하고 나면 다음 최대 관심사는 역시 성별.
맘 카페에 가면 아직 불확실한 초음파 사실을 걸고 성별을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성질이 급하게 아니라 마음이 급하다. 딸일까 아들일까 둘 다 나오면 너무 이쁘지만 그래도 알고 싶다! 격하게!!
첫째 때는 아들이면 어른들이 좋아해서 좋고 딸이면 애교 많고 키우는 맛도 있다니 그래서 좋고! 아무튼 생겨서 좋다! 계획 임신이라면 더욱더!
그런데 둘째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특히 나처럼 첫째가 아들인 경우에는 성별을 내가 정하는 것도 아닌데 딸 낳아야지 엄마한테 딸이 있어야 해 하며 딸을 낳기 위해 둘째를 낳아야 한다는 신의 영역을 넘어서는 강요를 받기도 했다.
그 옛날 남아선호 사상은 이제 찾아보기도 힘들 정도다. 특히 남의 집 자식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비슷한 시기에 둘째를 임신했던 직장동료와 둘째는 딸이길 바라는 마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 직장동료는 인터넷에 딸 낳는 비법을 보기도 했다고 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남편이 아주 피곤한 날에 생기면 남성 호르몬이 적게 나와 Y 염색체의 활동이 저조하다나 뭐라나... 그 말을 듣고 남편에게 “여보는 늘 피곤하니 그날도 피곤했겠지?”라는 답정너 같은 질문을 하기도 했다.
16주 즈음이면 초음파로 얼추 알 수 있지만 그 전엔 태몽을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는 했다. 첫째는 태몽을 시어머니가 꾸셔서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둘째가 생기기 10개월 전에 나도 태몽으로 의심되는 꿈을 꿨었다.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처음 꿈에 나와 나에게 배추를 던지고 가셨다. 근데 그 배추가 여자아이로 변해 나에게 폭 안기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태몽인데 난 임신 계획이 없었고 시어머니가 나왔으니 지인은 아니고 가족 중 누군가 임신하려나 했는데 결국 아무도 없다가 내가 다시 임신을 해 그 꿈이 내 꿈이려니 둘째는 딸이려나 하며 이왕이면 그래도 아들은 있으니 딸이었으면 하는 기대를 하곤 했다.
결혼을 일찍 한 친구가 셋째를 가졌을 때( 난 그때 첫째 임신 중) “입덧이 첫째 때랑 똑같아 이번엔 딸인 거 봐”라며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했었는데 난 또 그 말을 기억해내며 “첫째 땐 입덧 거의 없었는데 이번엔 좀 있네 딸인가...?”, “나 첫째 때보다 좀 힘들어하는 거 보니 딸이겠지...?” 하며 혼자서 뱃속의 아이의 성별을 정하기도 했다.
솔직히 갑작스럽게 생긴 둘째라 임신이 축복처럼 행복한 것도 아니었는데 이왕이면 첫째랑 다른 딸이었으면 그러면 조금 위안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다행히 난 시어머니의 선물이었는지 태몽대로 따님이 나에게 왔고 난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태몽 때문이기도 했고 입덧이 첫째랑 조금 달라서 내심 딸일 거라고 확신을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만약 아들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아마 그건 그거대로 덤덤하게 받아들였을 거 같다. 이후 곱씹으며 섭섭해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미 내 뱃속에 자리 잡은 녀석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첫째를 통해 너무 잘 알게 되었으니까..
임신 때도 그랬지만 딸이라는 나의 카톡에 가장 기뻐한 건 나의 언니였다. 조카에게 작아진 옷의 갈 곳이 정해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