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둘째가 왔다. #7

두 번째라 쉬울 줄 알았다

by 파란

임신기간 내내 마음을 졸였지만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행복했던 나날이었다. 첫째 때는.


지나고 나면 너무 유별났던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먹는 거, 입는 거, 움직이는 거 모두 조심했다. 버스가 조금 붐빈다 싶으면 택시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퇴근 후 집에서 누워서 태교 책을 읽고 주말엔 남편이해주는 밥 먹고 과일 먹고 뒹굴뒹굴.


사무실에서 한 일이 주만 더 근무하다 출산휴가 들어가는 게 어떻겠냐고 했을 때 나보다 남편이 더 강하게 안된다고 쉬어야 한다고 못 한다고 하라고 못을 박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유난이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둘째 임신했을 때 모든 지 대충이었다.

첫째 때는 태아에게 좋지 않다고 커피는 물론 과자도 조심하고 매운 건 되도록 먹지도 않았었는데..

커피는 도저히 포기가 안되고. 양심상 가끔 디카페인이 되는 커피전문점에서는 디카페인을 시키고 디카페인이 없다면 쿨하게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임신했으니 많이 먹으라며 여기저기서 주는 간식은 마다 하지 않고, 떡볶이가 어찌나 당기는지 매주 떡볶이를 먹고..

근무도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보자는 심정이었다. 게다가 예정일 날짜를 계산하니 힘들어도 막달까지 일하면 명절 수당은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출산휴가 중에는 명절 수당이 나온다) 그 날짜까진 꼭 일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수술 날짜를 최대한 미뤄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첫째를 제왕절개로 낳아서 둘째는 자동 수술이었다. 보통 제왕절개가 확정인 경우 38주 즈음 수술한다.)


“임신” 그 자체를 특별 취급할 수 없었다. 두 번째라 그랬고, 첫째가 있어서 그랬다.


하지만 난 큰 사실을 간과했었다. 첫째가 있어서 “임신”이 더 힘들어질 거라는 사실을 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첫째가 있으니 임신을 유별나게 챙길 수 없다고만 생각했지. 임신한 몸으로 육아까지 했을 때 얼마나 힘들까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임신 초기에는 아이와 잠깐 놀아주는 시간에도 침대에 누워 놀아야 할 정도로 몸이 노곤했다. 그래도 밥은 먹여야 되니 억지로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향했다. 퇴근 후 집에 누워 태교에 전념하는 일과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남편이 퇴근한 후라도 좀 누워볼까 하면 침대로 책이면 장난감이며 잔뜩 들고 와 내 옆에서 조잘조잘.


임신 중기에는 이제 좀 살만하다 싶어 지니 둘째 생기면 많이 못 해줄 텐데.. 지금 아이가 원하는 거 많이 해주자는 생각에 주말에 하루는 아이를 위해 외출하고, 동생이 생겼다는 걸 알고 부쩍 안아달라고 떼쓰는 아이를 외면하지 못해 무거운 몸으로 아이를 안고 어린이집에 가고 (엘리베이터만 내려가면 어린이집이라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하원 후에는 여기저기 동네 마실 다니며 아이를 달래곤 했다.


육아가 추가 된 임신은 몸에 바로 나타났다..

4개월 즈음부터 허리와 골반이 너무 아파 복대를 착용해야 했고

28주에는 하혈이 있어 병원을 가니 자궁이 열려 조산기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입원할 정도는 아니지만 육아도 회사도 쉬어라!라는 말을 들었다.

(불행히 둘 다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임신 막달에는 걷는 것도 쉽지 않았다.

평소보다 출근시간이 2배는 더 걸리는데 아이는 어린이집 안 가겠다고 떼를 쓰고 겨우 보내 놓고 시간 내 출근해보겠다고 뒤뚱거리며 출근을 하면서 그깟 명절 수당이 뭐라고...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하고 출근길마다 혼자 중얼대고 조산기에도 함께 출근하고 있는 뱃속 아이에게 미안하다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만 더 버티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그렇게 임신은 두 번째지만 육아 동반 임신은 첫 번째였던 나는 사랑하는 첫째와 아무것도 모르는 뱃속의 둘째를 동시에 고생시키며 수술 일주일 전에야 출산휴가에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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