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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Jun 01. 2023

나에게 둘째가 왔다

벌써 다섯 살

호기롭게 브런치를 시작했지만, 역시 나는 슈퍼맨이

아니었다.  복직과 동시에 블로그에 글 쓰는 일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아직 아기였던 둘째는 벌써 5살이 되었다.

매일 시러를 외쳐 되는 바람에 아이폰이 쉴 틈이 없다. 내가 부를 땐 대답도 없는 시리는 둘째의 시러에는 ‘네’라고 꼬박꼬박 응답한다.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참 목청이 컸다.

첫째 챙기느라 긴 울음에도 제때 달래지 못해서 그런지 청산유수가 된 지금도 말보다 울음이 앞선다


울지 말고 말하자

말을 해야 엄마가 알지

뚝 안 그쳐 그만!


달램, 설득, 훈육, 다그침 그리고 짜증까지 각종 방법을 사용해도 떼를 멈추지 않는 미운 다섯 살


둘째가 참 힘들었다

아마 임신을 알게 된 그날부터 스펙터클할 육아의 일상이 힘겹기만 했다

둘째는 마냥 이쁘다

둘째는 사랑입니다

라는 말에 난 미안하게도 해당사항이 없었다.


그 와중 첫째가 학교를 입학하고

온 신경이 첫째에게 집중되었다.


눈뜨자마자 시작되는 5살 아이의 짜증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일어나기 싫어서

밥을 먹기 싫어서

입고 싶은 옷이 없어서

양말이 이상해서

신발이 안 신겨져서

안전벨트가 하기 싫어서

그리고 엄마가 화를 내서

집을 나서서 유치원에 내려줄 때까지 울었다


둘째는 고집을 굽힐 줄 몰랐고

나도 그 고집을 받아 줄 여유가 없었다.


생각보다 첫째의 학교 적응은 순탄했지만

나는 계속 불안했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알리미와 하이톡 앱의 알림만큼.

내 정신도 딱 그렇게 울려댔다


그렇게 울려대는 와중에

나에게도 한계가 왔다

화 낼 기력조차 사라지고

의무적으로 아침을 보내고

하기 싫음 하지마만 반복하다


회사 가는 길에 남편에게 전화해 통곡했다

난 도대체 더 이상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걔가 문제인지 내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첫째도 너무 짠했다

맨날 둘째랑 싸우는 것만 보다 눈치껏 옷을 입고 눈치껏 준비하다 잠깐 딴짓에도 이미 둘째로 터질 대로 터진 감정이 그대로 고성이 되어 첫째에게 향했다


그러다 종국에는 이 모든 상황이 내 탓이 된다.


내가 둘째의 기질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너무 다그쳤나 내가 너무 소소한 것에 집착하나 내가 여유가 없어서 애의 투정을 받아주지 못하는 있는 건 아닌가


모든 걸 포기한 날

울어대는 아이를 안고 왜 이래 도대체 왜 이래하고 한탄을 하니 아이는 울음이 짧아지고 엉뚱한 말을 중얼거렸다.


너의 마음 읽기가 제일 힘들었는데..

너의 마음을 읽을 생각조차 없었던 건 아닐까..


울음이 짧아진 그녀는

세상 이쁜 다섯 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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