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이해의 세계, 육아
처음 아이와 마트에서 장난감 코너를 갈 때는
설렘 가득했다.
어떤 걸 좋아할까?
어떤 장난감을 사면 요 쪼꼬미가 기뻐할까?
어떤 걸 사면 아이 발달에 도움이 될까?!
이땐 말 그대로 장난감조차 육아템의 일부였다
장난감으로 30분만 혼자 놀아줘도 땡큐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장난감 코너는
요 녀석들에겐 뭐 하나라고 쥐어가야만 하는 곳
어떻게 떼를 써서 이 걸 획득할 것인가
또 쓸데없는 걸 쥐어오면
요 녀석을 어떻게 설득해서 좀 더 저렴한 걸로 바꿀 것인가(쓸데없긴 매 한 가지)
나와 아이의 머리싸움의 현장이다
아들은 3살 때부터 5살까지
공룡메카드의 공룡을 종류별로 다 모았고
그 엄지손가락 만한 걸 정가에 사는 게
너무 돈이 아까워
특가가 뜨면 쟁여뒀다 풀어주기를 2년을 했다
그래도 요 쪼꼬미가 그 많은 공룡의 이름을 다 아는 게 너무 신기해 나름 뿌듯도 했다
6살이 되니 관심도 없던 로봇에 눈을 돌렸다
좋아한다기보다 친구들이 있으니 갖고 싶다 정도라
꼭 사야 하냐로 많이도 싸우고
특별한 날 미리 골라두면 사주곤 했다
그런데
두 돌 이후 장난감을 사며 돈이 아깝지 않았던 적이 없었지만 장난감에 이렇게 감정을 이입하며
가성비를 따지게 되고 도대체가 이해 못 할 장난감은 포켓몬 카드가 단연 으뜸이다
무인문구점에서
3만 원짜리 포켓몬카드를 집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고 어디서 들었는지 난 알아듣지도 못하는 캐릭터의 이름을 읊어댄다
그리고 장화 신은 고양이는 울고 갈 정도의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아이 장난감에 꽤나 너그러운 편인 나이지만
포켓몬 카드만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주면 처음 몇 분만 신나고
얼마 후 거실 바닥에 굴러다는 포켓몬 카드를 발견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안돼! 나의 매몰찬 음성에도
녀석은 제발을 멈추지 않는다
놀이터에서 가끔씩 마주치는 엄마들도
대체로 같은 고민을 하는 듯했다
제일 돈 아까워요! 가 공통된 의견
도대체 왜 저 종이쪼가리가 갖고 싶은 걸까?
그러다 문득 나의 학창 시절이 생각이 났다
난 club H.O.T로 SNS가 없던 시절 한 덕질하던 사람이었다.
H.O.T가 나온 잡지는 다 사서 스크랩을 하고
매주 수요일 새롭게 나오는 그들의 스냅사진을 사기 위해 종례가 끝나기 무섭게 뛰쳐나갔다.
누구보다 멋진 사진을 선점하기 위해
갑자기 포켓몬카드를 사는 녀석이 이해가 되었다
또한, 우리 엄마는 속에 천불이 나도 백만 번쯤은 났겠구나…
이래서 부모님들이
너랑 똑같은 애 낳아봐!라고 하는구나..
포켓몬 카드 덕분에
이런 다양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구나.
너의 덕질을 이해하지 못한 못난 엄마를 이해해 줘
그래도 아직까지 쿨하게
그래 사!라고 말할 자신은 없다.
엄마는 이해는 여기까지 인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