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09 에펠탑의 독특함과 더 독특한 에펠이라는 사람
먼 우주에는 외계인이 있단다
나한테 에펠탑은 외계인이었다. 저멀리 파리에 가면 도시 어디에서나 에펠탑이 보인대. 그리고 그앞에는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대. 그런 에펠탑을 봤을 때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이렇게 내가 좋아할 수 있는 곳에 왜 이제야 왔을까. 내안에 이런 낭만이 남아있었다니 반갑고 신기해서 그 이유는 생각하지 않으려한다.
너무 소중한건 그냥 그대로 두고싶으니까.
파리 이야기를 해야겠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처음 만난 에펠탑, 그리고 그날 탑 안에서 공연을 봤다. 아무 계획 없이 유럽에 날아온 친구가 유일하게 해야겠다고 말한 에펠탑 크리스마스 공연은 나를 파리의 중심에 데려다놨다. 내가 파리에 와있다는 것, 그리고 에펠탑에 올라와 앉아있다는 것, 그날이 크리스마스 전날이며 나는 이대로 일주일을 파리에 있을 거라는 것. 글쎄, 이렇게 쓰면서도 믿기지가 않는다. 내가 그렇게까지 좋아하고 있었다는게.
에펠은 에펠탑을 완성한 후 꼭대기에 자신의 방을 만들어 저명한 인사들만 초대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토마스 에디슨. 에디슨과 에펠은 파리를 내려다보며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지금의 나처럼 그때의 사람들도 상상하고 동경하고 궁금했을 것이다. 결국 그 방의 존재가, 그 방에서의 대화가 그 탑의 가치를 높였다. 그의 탑을 단지 흉측한 철골 구조물이 아니게 만든 건 에펠의 비상한 설계이었으리라. 에펠탑의 독특함과 더 독특한 에펠이라는 사람.
내가 겪은 파리는 다양한 도전들 중 승리한 것만 남은 도시다. 파리를 뒤엎어 그 중심에 개선문을 세운 나폴레옹, 철골과 파이프가 드러난 문화공간을 만든 조르주 퐁피두. 그리고 에펠. 그들을 향한 손가락질은 박수가 되었고 지금의 파리는 그것들 위에 존재한다. 그들의 생존비결은 유일무이함이었을까.
인정이 간절한 만큼 특이하고
특이한 만큼 매력적이다.
파리에서는 상상을 많이 했다. 소르본 대학을 전전전생즈음 다녔더라면. 백년전에 물랑 루즈에서 샤르트르를 마주쳤더라면.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찬란한 도시다. 지금은 관광명소가 된 파리의 셰익스피어 서점은 한 부호가 작가의 원고를 모아 만든 곳이라고 한다. 만약 그 부호가 좋아했던 작가가 생택쥐페리였다면. 우린 생택쥐페리 서점 앞에서 사진을 찍고 어린왕자가 그려진 에코백을 너도나도 들고 다녔을까. 내가 돈이 많다면 누구의 원고를 사모아 서점을 만들었을까. 윤동주 서점, 황순원 서점 그런 것들에 일생을 쏟아낼 열정이 내 안에 있을까.
파리지앵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찬란함이 가득한,
그들이 누려 마땅한 파리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