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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돌 Aug 14. 2023

[Interview] 호기심천국에서 온 사람

-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나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온 것 같아.

사람이 성취가 보장되면 그게 습관이 되고 계속하게 된다고 하잖아. 나는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때 결과가 좋은 게 학습이 된 사람인 것 같아. 예를 들어서 운동을 해야 해서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내 몸이 안 따라줄 때 해서 얻는 건 그렇게 기쁘지 않다고 생각해. 회사를 선택할 때도 내가 호기심이 들고 재밌을 것 같은 곳을 그냥 지원한 거잖아. 거기서 어떻든 후회하지 않아. 작업실 하면서 얻은 게 나한테 되게 큰 자산이 됐거든. 그 나이 때 그걸 해볼 수 있는 사람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 그 모든 게 나한테 엄청난 자산이 되니까 나는 내가 선택한 대로 사는 게 중요해.


사실 모두가 지금 회사를 나가야 한다고 얘기를 하잖아. 내가 다시 남기로 했을 때 사람들이 왜 남냐고 하면 변명이 다 달랐거든. 이게 10퍼센트씩은 다 진심이거든. 근데 딱 하나로 생각하자면 궁금해서야. 이 궁금함은 밖에서 듣는다고 해소되는 게 아니거든. 그러니까 이걸 해야 할 것 같은 거야. 다리미를 만져봐야 뜨거운지 알 수 있는 거지. 만져 봤는데 그게 선 뽑힌 거였을 수도 있고 그걸 내가 알아보고 싶은 거야. 


전반적으로 어떻게 살아왔나 하면, 뭐든 해봐야지 하고 안 한 거 하나도 없어. 안 해본 게 더 후회되더라고. 예를 들어 어렸을 때 오렌지 유치원 다니고 싶었는데 유진 유치원을 다녔어. 이건 내가 지금 어떻게 고칠 수 없는 거잖아. 그건 절대 다시 수정이 안 돼. 나는 살면서 그런 걸 많이 만들고 싶지 않아. 그런 게 내 삶에 많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삶에 있어서 남에게 등 떠밀려서 했거나 내가 진심이지 않았던 선택은 정말 별로구나. 지금까지는 내가 살고 싶은 대로는 살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 같아.


회사에도 남이 하는 일에 자기도 모르게 핀잔을 거는 친구들이 있거든. 자기들의 가치가 평가나 충고 속에서 많이 녹아 나오더라. 예를 들어 “아무리 그래도 돈 많이 주는 데 가는 게 낫지.” 이런 말. 요즘 느낀 게 나는 내가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하는 충고들이 너무 별로인거야. 내가 선망하는 대상들이 많이 줄어들면서 그만큼 나에 대해서 확신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 


근데 나는 진짜 나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거든. 졸리면 자고 피곤하면 아프고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거든. 그러니까 더더욱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못 할 거라고 생각해. 자격증을 따고 싶으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하루에 두 시간씩 공부하는 그런 애들 있잖아. 난 그런 타입은 절대 못 돼. 그래서 더더욱 나는 진짜로 마음먹은 대로 되겠다 싶어. 어쨌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들에는 최선을 다할 거라고 생각하거든. 결국에는 생각한 대로 된다는 말이 큰 의미로 그런 거 아닐까?



-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지금으로 한정해서 얘기하자면 좀 엉망이야. 왜냐면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거랑 별개로 내 삶을 침범하는 일들이 너무 많잖아. 내 24시간은 정신이 없거든. 그래서 여름방학 시간표를 만들고 싶어. ‘너 12시에 안 자면 절대 8시간 못 자’ 이런 걸 한번 그려봐야 마음이 생길 것 같은 거야. 지금은 내 시간이 내 손 안에 없어. 근데 다 밀어 넣어서 하고 있어. 뜨개질 안 하고 자야지 하는데 하다가 늦게 자면 누워서 게임을 하지 말아야지. 근데 꼭 게임을 한 번씩 켜. 주말에 몰아서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은데 청소해야 하잖아. 그러면 그게 너무 아까워. 그러니까 극단적으로 ‘퇴사하고 청소하고 싶다’라고 미뤄놨다가 그냥 청소업체를 부를까? 이렇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정리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싫어. 나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어려워. 내 일에 있어서는 엉킨 매듭이 많은데 어디부터 잘못됐는지를 잘 모르겠어.


나는 그래서 종종 느낌(Feel)이다 싶으면 회사 안 가. ‘아, 이쯤 되면 한번은 쉬어줘야겠다’ 딱 그게 있어.  눈떠서 핑계 대고 안 가는 건 핑계를 고민하다가 잠이 깨니까 싫은데, 아예 전날부터 “저 내일 안 나갑니다.” 하고 아침에 잘 수 있는 게 너무 좋아. 그리고 그게 은근히 방탕하잖아. 그러니까 보상도 커. ‘나 나쁜 짓 했잖아. 그러면 그만큼 다시 화이팅 해야지’ 나를 어르고 달래는 방법이 그렇게 극단적이야. 아니면 돈을 써. 커트러리를 12만 원어치 샀어. 그걸 가진 내가 보고 싶었어. 근데 막상 왔거든? 안 뜯어. 난 최악이야. 나는 식욕이 터지거나 이런 건 별로 없거든. 근데 소비가 터지니까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으면 자꾸 돈을 써. 그러니까 큰 덩이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고 작은 덩이에서는 아직 똑같이 살고 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코미디다. 


- 시작한 걸 후회한 적은 없나요?

있지. 그러면 중간에 드롭을 하거나 수업을 빠져. 난 내가 파블로프의 개라고 생각해(웃음). 난 나를 짐승으로 대해. 안 줘봐. 더 싫어. 그 싫음이 학습이 됐잖아. 그럼 기꺼이 가. 내가 그렇게 쓴 돈이 3천만 원은 될걸. 악기도 샀다가 결국 안 하잖아? 속상해 봐. ‘너 그때 속상했잖아’를 학습시켜. 사실 뮤지컬이나 운동이나 한 번씩 터지는 순간들이 와. 그러면 이제 일을 덜 벌이거나 끝에 재밌었으면 그게 또 학습되는 거야. 

그리고 나는 사람이 풍선처럼 팽창한다고 생각하는 게, 죽을 것 같았는데 생각해 보니까 이만큼 했잖아. 그러면 내가 이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인 걸 알아. 거기까지 채워 넣을 수가 있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더 해보는 거야. 평소에 그렇게 터질 풍선처럼 살자는 건 아니지. 대신 내가 그만큼 할 수 있다는 걸 아는 거지. 난 완벽함보다는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는 내가 처음 하는 걸 어려워하는 걸 알아.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처음 하는 일을 많이 안 만들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해. 미리 다 해보는 거지.


나도 내 삶을 쏟아 넣고 싶은 일을 만나고 싶긴 해. 근데 생각보다 그냥 스쳐 가는 것들도 괜찮고 그 세상도 열어놓으니까 재밌어. 호기심이 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 그리고 최근에 느낀 게, 남이 만든 취향이 이제는 지겨워졌어. ‘힙하다’라는 게, 유행되면 그건 힙하지 않은 거래. 청바지 입은 사람들보고 힙하다고 얘기 안 하잖아. 자기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사람들이 힙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는 거야. 트렌드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게 유행이 되면 하지 않아.


내가 나한테 했던 거짓말 중의 하나가 ‘안정적으로 살고 싶어’인 것 같아. 사실 회사에 다님에도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안정과는 반대잖아. 돈을 써서 안정을 깨부수고 싶어서 환장하는 상태잖아. 내 삶을 돌아봤을 때 애초에 별로 안정적인 걸 좋아하던 애가 아닌 것 같아. 나는 위험한 상황일수록 머리가 팽팽 돌아. 벌어지기 전까지가 초긴장인데 막상 벌어지면 되게 차분해. 왜냐면 벌어진 건 어떻게 할 수 없거든.


-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요?

내가 몇 년째 말하는 하고 싶은 일 몇 개가 있거든. 일기 쓰기, 명상하기, 영상 편집하기, 기타 연주하기. 

나는 스트레스에 되게 취약해. 뇌를 끄는 법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명상을 해보고 싶어. 나는 주위 집중력이 진짜 없어. 여행 가서 명상을 해봤거든. 집중을 못 해. 갑자기 명상의 기원이 궁금한 거야. 머리가 비워지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 일기는 매일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일이 다양한데 결국 휘발되는 게 아쉬워. 짧게라도 기록하고 싶은데 척을 하게 되는 게 싫어. 그 버릇도 버리려면 꾸준히 써봐야 할 것 같거든. 기타는 내가 어디서든 연주를 할 수 있는 악기를 하나 갖고 싶어. 기타는 코드를 단순하게 할 수 있잖아. 잘 치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반주는 맞춰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꼭 배워보고 싶어. 이게 다 해소됐을 때 내 삶이 어떨지 궁금해. 내 인생이 재밌을 것 같아.


줏대 있게 살자. 이제 척을 그만하고 싶어. 내가 생각보다 척을 많이 하더라. 내가 만들어 낸 내 모습이 있는 것 같거든. 근데 어느 순간 그게 짜증이 나더라고. 남들한테 보이는 것 때문에 짜증 난다기보다 스스로 거짓말을 한 것 같아서 짜증 났어. 그래서 내려놓으려고 많이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최근에 굳이 대꾸하고 싶지 않은 말에 대꾸 안 하기 시작했어. 원래는 뭐라도 대답해야 할 것 같으니까 쥐어짰거든. 근데 그 말이 마음에 하나도 안 들어. 말실수하게 돼.


- 평소 ‘나 커서 뭐 되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언제 비로소 스스로를 컸다고 느낄 것 같나요?

내가 그 말을 계속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거든. 나는 내가 집중해서 할 일을 아직 못 찾은 것 같아. 나는 이 회사를 키자니아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나는 내 것을 만들면 재밌어할 것 같거든. 근데 취미도 직업도 나는 항상 뭔가 많이 하지만 아직은 내가 이거 하는 사람이라고 딱 말할 정도로 마음에 드는 무언가를 못 찾은 것 같아. 아직도 탐구하는 과정인 느낌. 내가 하고 싶은 건 여태까지 한 일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있어. 도로시처럼 ‘오즈에 가고 싶어’라는 건 있지만 사실 오즈에 가는 것만이 내 목적은 아니거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게 더 재밌고. 그래서 내 삶이 다채롭다고 느끼고 그렇게 사는 삶이 만족도가 높고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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