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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돌 Oct 25. 2022

[Interveiw] 근심 없이 다정하고 싶은 사람

-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요?

내가 맨날 하는 소리 있잖아. 난 과거에 살았다고.

남을 별로 부러워하지 않으면서 살았던 것 같아. 겉으로는 부럽다고 했지만 속으로 그런 생각은 거의 안 했어. 내가 예전에 ‘남을 마음껏 부러워할 수 있는 게 부럽다’고 얘기 한 적 있잖아. 그때쯤부터 누군가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내가 왜 맨날 과거에 살까 생각을 해보면, 뭘 선택하든 내 선택을 후회할 성격이라서 그런 것 같아. 엄마가 나 스무 살 때 아팠잖아. 엄마가 원래 엄청 외향적이었단 말이야. 그런 사람이 아빠 일자리를 옮기면서 시골에 있었는데, 그때의 내 머리로 엄마가 우울하다는 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어. 내가 늘 ‘그때로 돌아가도 난 똑같이 했을 거다, 난 나밖에 모르는 애니까’라고 말을 하는데, 이 말 자체가 사실은 돌아갈 수 없으니까 그런 거고, 돌아갈 수 있으면 그렇게 안 하겠지. 근데 돌아가도 똑같았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사는 것 같아. 이렇게 말해야 덜 후회하는 것 같아서.


나는 현재 진행형처럼 과거를 얘기할 수밖에 없는 게, 내가 나를 되게 사랑했던 시기가 다 과거에 있는 것 같아. 예를 들어 엄마가 아픈 걸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잖아. 그럼 그 사람들이랑 엄마 얘기를 해야 될 때면 엄마의 과거를 끄집어와서 얘기를 해야 돼. 그렇게 하다 보니까 옛날의 내가 계속 내 안에 있어서 스스로 나를 그런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


-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무기력하지만 꿈꾸는 것이 많아.

나는 아직까지 그런 희망이 있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느낌.


나는 살면서 차근차근해본 경험이 없는 것 같아. 예를 들어서 6개월 동안 체중 감량을 한다든지 시험을 준비해서 자격증을 딴다든지, 이런 작은 성취가 내 삶에서 없어진 지 너무 오래됐어. 이렇게 반복되다 보면 결국에는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뭘 위해 살아가고 있지?’ 이런 생각이 드는데, 답을 할 수 없으니까 별로 이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 거야. 그래서 계속 무기력하게 사는 것 같고 근데 또 하고 싶은 일은 많으니까.


뭔가를 이룬 사람들을 보면 남한테는 관대하고 자기에게는 채찍질하잖아. 나는 나한테도 관대하고 남한테도 관대한 느낌이야. '내가 소중하면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않나?’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둬’, 두 가지 생각이 있어.


완전하게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었어. 안 좋은 일이 있었던 후에도 아니면 좋은 일이 아무것도 없던 순간에도. 나는 ‘그냥 이 정도만 살아도 행복해’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때 어떤 점이 나를 그렇게 생각하게 했을까?


-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요?

나는 앞으로 다정하게 살고 싶어. 아무 근심 걱정 없이 다정하고 싶어.

드라마, 영화, 소설 이런 게 좋은 거 같아. 드라마처럼 내 삶을 내가 그리는 대로, 꿈꾸는 대로 살고 싶어. 드라마틱하게 살고 싶다는 말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의미일 수 있지만.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몇 살 때 집을 사고 이런 건 하나도 없어. 그런 건 생각만 해도 도망가고 싶어.


그리고 본업을 잘하는 사람이고 싶은데 그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이렇게까지 된 거 같아. 내가 이 정도 사람이라는 걸 인정을 해야 되는데 인정을 못하는 느낌이야. 멈춰있는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


- 자꾸 꺼내보는 기억이 있나요?

너무 많지. 오래된 필름이 돌아가는 것처럼 그 속에서 행복했던 나, 그 상황도 상황인데 그때 많이 웃고 있는 나를 생각해. 내가 조금 마음이 여유로웠을 때, 내가 행복했을 때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


2018년 후반부터 2019년, 여행 다니고 한강 가고 타투도 하던 그 시기. 그때의 내가 진심으로 행복했어. 다 이런 기억으로 사는 거 같아. 이때 당시에도 고민이 있고 되게 힘들었거든. 근데 돌이켜보니까 되게 행복했어. 지금 그때를 그리워하면서 살거든.

그래서 꺼내보는 기억을 하나만 얘기해야 돼? '너무 많다.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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