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요?
정말 갑작스럽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어. 시험이 6월 18일이라 난 1년 단위가 6월부터 시작해. 그래서 새해가 얼마 안 된 느낌이야. 왜냐면 방안에 처박혀서 공부만 하고 사람도 안 만나니까 시간 감각도 없어.
혼자 제주도 여행하면서 사람들을 좀 만났어. 돌아와서는 지금까지 하고 싶었던 책 읽는 거랑 영화 시리즈 보는 거 하면서 3주를 때우다시피 했어. 그러다 필기 발표일이 온 거지. 하루 전에는 마음이 너무 불안해서 집에서 계속 빵 만들었어. 그러면 생각이 좀 없어지더라고. 베이글을 한 21개 만든 것 같아. 그러다 결과를 봤는데 된 거야. 사람 마음이 신기한 게 필기에 붙은 것만으로도 지금의 시간이 보상받은 느낌이었어.
공무원 준비는 퇴사하고 두 달 만에 결정했어. 내가 하고 싶은 건 있는데 비슷한 분야에서 원치 않는 일을 하니까 더 충격적인 기분이 들더라고. 그래서 아예 다른 쪽에 있으면서 내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이 너무 힘들면 퇴근 후에 뭘 하고 싶어지는 열정도 없잖아. 그래서 나는 새로운 직업을 구하면 내 영혼이 다치지 않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동시에 배우고 싶은 것도 배우고 학교도 도전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근데 보통 사람들한텐 이렇게까지 얘기 안 해. 친구들한텐 “그냥 그렇게 됐어”라고 하지만 진짜 내 속마음은 따로 있으니까 그래도 버틸만했지.
-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지금 고민이 너무 많지. 그냥 계속 굴러가고 있는 거 같아 뭔가를 찾아서. 가끔 갑갑하다는 느낌이 많고. ‘이게 맞나?’ 그건 공부하면서 제일 많이 느꼈지. ‘유민아 이거 진짜 맞니? 이거 진짜 괜찮은 선택이니?(웃음)’
근데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나에 대해서 좀 더 정확히 알아가는 것 같아. 그 바쁜 와중에도 내가 계속하는 게 있는 거야. 베이킹이랑 요리. 난 내가 먹을 걸 내 손으로 만드는 걸 되게 좋아해. 그리고 책을 끝까지 다 못 보더라도 무슨 가난한 선비들이 굴비 쳐다보면서 밥 먹는 거처럼 쌓아놔. 그러면서 ‘아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그런 게 더 확실해지는 거지.
사람들이랑 연락을 거의 안 했어. 그러면 나한테 그게 후 순위라는 거잖아. 그래서 나는 이 와중에 하는 것들이 진짜 내 핵심이라는 생각을 했어. 나는 오히려 사람들이랑 섞여서 일할 때는 내 취향이나 나에 대한 게 되게 흐려지거든. 근데 혼자 고립되어 있으니까 그걸 되찾은 느낌이야.
-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요?
내가 되게 꽂힌 문장이 있거든? <오후 4시의 생활력>이라는 만화책에 나오는데 “직업은 꿈이 될 수 없고 살아가는 방편에 더 가깝다. 꿈은 살아가는 태도에 더 가깝다.”라는 문장이야.
그래서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나 습관을 생각하게 됐어. 누군가한테 나를 습관으로 설명했을 때 대충 파악이 되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예를 들면 한 친구는 아침에 절대 찬물을 안 마셔. 1년에 한두 번 여행을 가서 보면 진짜 안 마시는 거야. 내가 걔를 안 지가 5년이 넘는데 그걸 꾸준히 하고 있더라고. 또 다른 친구는 얘기하다가 애매한 단어가 나왔을 때 바로 찾는 거라든지. 그런 걸 보면서 나도 나만의 루틴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 걸 앞으로는 하나씩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하는 중이야.
나는 그냥 무작정 지내거든, 계획 없이. 근데 그런 작은 습관들, 예를 들어 하루에 내가 해야 되는 건 꼭 적고 시작한다든지, 그런 게 그냥 듣기에는 흔하잖아. 근데 그걸 진짜 내 걸로 만들어보고 싶어.
- 나만의 습관이 있나요?
나는 불안한 마음이 들 때 그게 왜 시작됐는지 끝까지 따라가. 난 기분이 나쁘면 그냥 거기에 사로잡혀. 근데 그럼 마음이 너무 안 좋고 내 몸이 그걸 잘 못 버틴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왜 기분이 나쁜지에 대해 글로 쓰면서 꾸준히 따라가서 결국에 찾거든. 그러면 실체가 너무 작더라고.
나는 항상 유쾌하게 살고 싶었단 말이야. 근데 그게 태생적으로 안 되는 걸 나도 알아. 내가 원하는 삶은 시트콤처럼 사건이 터져도 다 같이 하하하 웃어버리는 건데, 내 성격 자체가 아래쪽으로 가라앉아있어서. 근데 글로 쓰다 보면 불쾌하거나 우울한 게 빨리 사라질 것 같더라고. 그러면 내 기준에서 좀 더 유쾌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냥 막 써. 일단 다 토해내고 내가 나를 상담해 주듯이 쓰는데 그게 도움이 됐어. 그러면서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긴 거 같아. ‘다음에 또 우울해지거나 넘어져도 이런 방식으로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내가 작년 즈음에 공부하다 너무 힘들어서 아빠랑 저녁 먹으면서 소주 한 잔 한 적 있는데, 아빠가 그러시더라고. “뭔가 꼭 해야 돼. 이런 건 없다”라고. 그런 건 의미가 없대. 나중에 돌아보면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하더라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지는 가늠이 안가. 막상 합격하더라도 더 큰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근데 그걸 좀 내려놨다고 해야 하나. 장기 계획에 집착하는 마음이 좀 사라졌어.
- 베이킹을 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베이킹은 나한테 약간 연금술 하는 거 같아. 내 눈에 재료들은 다 뜬금없는 가루거든. 근데 반죽해서 오븐에 넣으면 먹을 수 있는 빵이 된다는 게 내 입장에선 너무 재밌어.
그중 제일 재밌는 과정은 부풀어 올랐을 때, 제일 낯선 모습으로 변할 때야. 좀 더 가면 다른 사람이랑 같이 먹을 때, 내 경우에는 엄마지. 빵은 갓 나왔을 때가 제일 맛있으니까 빨리 썰어서 ‘엄마 먹어봐’ 했을 때 그 반응 보는 게 제일 재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