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

by 두버지

1.

나는 거짓말에는 소질이 없다.

표정을 잘 숨기지 못하기 때문도 있고,

성격 탓에 들통이 나는 경우가 많다.


2.

내 거짓말의 주요 대상은 어머니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무엇이 가지고 싶어서 그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머니 지갑에 손을 댄 적이 있었다.

어머니가 낮잠을 자고 있을 때 몰래 들어가서 지갑을 열었는데, 곧바로 어머니께서 눈을 뜨고 뭐 하냐고 물어보셔서 바로 걸렸다.


3.

그 다음번엔 어머니가 집에 안 계실 때,

돼지 저금통을 살짝 뜯어서 동전을 뺐다.

어떻게 알아차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뒤 저금통에 손을 댔냐고 물어보셔서

그렇다고 답하면서 걸렸다.


4.

어린 시절부터 나는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으면

성심껏 답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가급적 진실되게 말한다.

이건 성인이 된 지금도 똑같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거나 뭔가를 숨기면 금세 티가나는 것 같다.


5.

성인이 된 뒤 내 거짓말의 주요 대상은 여자친구로 바뀌었다.

우리가 다이어트를 한창 할 때였다.

혼자 점심을 먹게 되어서 버거킹을 갔다.

햄버거는 괜찮다고 해서였다

여자친구에게 나는 감자튀김은 먹지 않았다고 했다.

여자친구는 정말 햄버거만 먹었냐고 되물었고,

나는 어니언링을 먹었다고 말했다.


6.

우리가 만난 초반에 나는 흡연을 했다.

사귀고 난 뒤, 여자친구가 담배냄새를 엄청 싫어한다는 걸 알게 되고,

곧바로 연초는 끊었다.

당시에 나는 연초와 아이코스를 둘 다 폈는데,

여자친구에게는 둘 다 끊었다고 했다.

몰래 아이코스를 피고 돌아온 날,

여자친구는 아이코스를 핀 거냐고 물었고, 나는 맞다고 하면서 걸렸다.


7.

물론 거짓말을 안 하는 게 제일 좋지만,

나도 모르게 그 순간을 회피하기 위해서

잘하지도 못하는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이건 시간이 지나도 영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다.


8.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 지인, 회사 사람들에게는

기억도 안 날 만큼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

어떤 말들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사소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거짓말을 안 걸렸거나, 걸려도 모르는 척 넘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9.

나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잘 속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내가 어머니나 여자친구에 대해서 잘 아는 만큼 어떻게 하면 속을지도 잘 알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10.

대부분의 거짓말이 걸리게 되는 건

여자친구 또한 내 성격, 성향, 기질과 버릇 같은걸 모두 꿰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여자친구는 내 거짓말을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줄 수도 있었지만

매번 찾아내는 이유는

사소한 거짓말이 통하는 걸 안도하고

나중에 내가 큰 거짓말로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게 두려워서가 아닐까 싶었다.


11.

언젠가는 여자친구도 내 거짓말에 속을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여자친구는 내게 실망을 하겠지만,

그만큼 내가 여자친구를 잘 파악해 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앞으론 거짓말 안 할게 째끄마!



-끝.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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