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다소 수동적이고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이 많은 편이다.
하물며 취미를 만들 때에도,
해서 좋아지는 점을 기대하기 전에,
잃게 되거나 리스크가 있는지 등
부정적인 요소를 먼저 떠올린다.
2.
여자 친구는 나와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한다.
맛있는 것을 먹거나, 재미난 곳을 가거나 하면
꼭 나랑 같이 해보는 것을 제안한다.
나도 여자 친구와 함께 할 때는
좀 더 긍정적인 점들을 우선시하게 된다.
3.
나는 로맨스나 연애와 관련된 드라마를 안 좋아한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안 좋아한다.
그러나 여자친구가 제안했던 넷플릭스, 디즈니의 로맨스 드라마는 다 재밌었다.
처음엔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몇 화가 지나고 나면 감정을 이입해서 보고 있게 되었다.
여자 친구의 선택은 실패한 적이 없다.
4.
반대로 내가 몇 가지 제안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인물이 많이 나오는 복잡한 스토리를 좋아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특히 다크 판타지를 좋아한다.
간츠, 베르세르크, 도로헤도로를 여자 친구에게 제안해서 같이 본 적이 있는데,
여자 친구도 취향이 맞았는지 재밌게 보고,
특히나 내가 설명해 주는 디테일을 듣는 걸 좋아했다.
5.
여자 친구는 현대인의 미묘한 심리를 다룬 스릴러/드라마 물 웹툰을 좋아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추천받은 웹툰을 결코 보지 않는 고집이 있는데,
여자 친구는 자기가 재밌게 본 웹툰을 권장하고,
같이 얘기를 나누는 걸 좋아했다.
나도 못 이기는 척 몇 번 추천을 따른 적이 있는데, 모두 꽤 재밌게 봤다.
여자 친구의 선택은 실패한 적이 없다.
6.
여자 친구는 나를 만나기 전 화투를 칠 줄 몰랐다.
배워보고 싶다고 해서, 말레이시아의 한인 마트에 들러 화투를 하나 사 와서,
패의 구성과 게임룰을 알려주고, 같이 몇 판 쳤다.
처음에는 지더니 나중에는 꽤 잘하게 됐다.
가끔 생각이 나면 화투를 같이 친다.
7.
어느 날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당구장이 있는 것을 봤다.
말레이시아에도 당구장이 있구나 하고 봤더니 포켓볼만 있었다.
여자 친구에게 포켓볼을 알려줄 테니 한 번 같이 쳐보자고 했었고,
화투랑 마찬가지로 처음엔 길도 잘 못 보고 타점도 안 맞다가,
지금은 꽤나 발전해서, 나와 막상막하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8.
한국에 있을 땐, 수영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같이 갔었다.
수영도 처음에 제안했을 때, 내가 엄청 미적대었는데,
결국 같이 가서 재밌게 배웠다.
말레이시아에 돌아와서 어느 날 피클 볼을 치고 오더니, 나한테 같이 쳐보자고 제안했다.
피클 볼은 탁구와 테니스의 중간에 있는 게임인데,
마찬가지로 미적대다가
결국 같이 가서 너무 재밌게 쳤고, 요즘도 가끔 같이 가곤 한다.
9.
혼자 있을 때는 별로 생각이 안나는 것들이
같이 한다고 생각하면 꽤나 즐거운 마음으로 하게 된다.
개인의 취향을 타는 것들은 제안을 받더라도 잘 안 하게 되는데,
여자친구가 제안하는 것들은 곧 잘하게 되는 것도 신기하다.
반대로 내 취향의 것을 여자 친구가 같이 하거나 보게 되면, 두배로 신이 난다.
10.
아마도 여자 친구는 자기도 즐겁지만,
그것을 내가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것을 보고 있을 때,
즐거움을 찾아준 뿌듯함과, 행복에 대한 공감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덕분에 우리는 더 즐거운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째끄마 재밌는 것들 추천해 줘서 고마워!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