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 전 여자 친구의 언니가 말레이시아로 놀러 왔다.
언니와 함께 셋이 랑카위 여행을 다녀왔는데,
여자 친구는 언니가 원숭이 게임을 하는 걸 보고는
예전에 자기도 저 게임을 했었는데 언니가 아직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게임을 다운로드해 다시 하기 시작했다.
2.
여자 친구는 스마트폰 게임을 하지 않는데,
유일하게 설치되어 있던 게임이 원숭이 게임이었다.
원숭이 게임은 타워디펜스 류의 게임인데, 유료게임이었다.
여자 친구가 유일하게 하는 게임이자, 유료 다운로드를 한 유일한 앱이었다.
3.
나도 여자 친구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하던 건 당구 콘셉트의 게임이었다.
여자 친구가 게임을 너무 재밌게 집중해서 하길래,
나도 괜히 관심이 생겨서 다운로드하게 됐다.
(기존에 하던 당구 게임은 잊혀가다가 삭제했다)
4.
원숭이 게임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재밌었다.
여러 특징을 가진 원숭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몰려오는 여러 타입의 풍선들을 막아야 하는 게임이었다.
귀여운 디자인도 한몫을 했다.
협동 게임을 통해서 여자 친구와 같이 게임을 할 수 있었고,
여자 친구는 과거에 했던 전적이 있었는지, 꽤 잘했다.
5.
협동 게임은 주로 여자 친구가 리딩을 하고,
나는 서포트를 하면서 진행했다.
여자 친구가 왜 이런 전략으로 하는지 설명을 조금 해주긴 했는데,
초심자인 내 입장에선 좀 어려웠다.
여자 친구는 게임을 하면서 내심 뿌듯해했던 것 같다.
6.
나는 게임에는 별로 재능이 없어서,
여러 공략집을 읽고, 유튜브를 보면서 공부를 했다.
하지만 여자 친구는 직접 부딪혀가면서 전략을 세워나갔다.
대부분 여자 친구의 전략 덕에 승리했다.
나는 괜히 심술이 나서 여자 친구의 리딩을 따르지 않고
내 맘대로 전략을 세우다가 위기를 몇 번 맞이하기도 했다.
7.
시간이 좀 흐르고, 나는 열심히 레벨업을 해서
여자 친구와 거의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내가 꽤 잘해나가는 모습을 보니, 여자 친구도 심술이 났는지,
원숭이 게임만큼은 질 수 없다는 각오를 다졌다.
여자 친구는 아마도 복잡한 게임을 나보다 더 똘똘하게 하던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원숭이 게임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던 것 같다.
8.
나는 인게임 아이템을 사서 쉽게 게임을 클리어하는 쪽이고,
여자 친구는 한정된 조건에서 최선의 전략을 세워서 클리어하는 쪽이었다.
게임 전략에서도 성격이 묻어 나온다.
여자 친구가 어떤 게임을 좋아하고,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보다 보니
여자 친구의 성격과 스타일을 더 잘 알게 된 거 같았다.
여자 친구는 편법을 알더라도, 고생하면서 이루어낸 성취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것 같고,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9.
여자 친구는 자기가 즐겁게 했던 게임을,
나도 즐겁게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기도 하고,
같이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재밌어하는 것 같다.
또한 적어도 이 게임은 나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것 같다.
그 목표가 지속되면 좋겠지만, 내가 조만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