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권 공유

by 두버지

1.

나는 초상권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했었다.

메신저나 SNS에는 내 얼굴이 노출된 사진을 업로드하지 않았다.

과거에 몇 번 올린 적이 있었는데 얼마 뒤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2.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내 사진이 정보가 범람 중인 인터넷 바다에 떠다니는 게 싫었던 거 같다.

예전에 내 이름을 구글이나 네이버에 검색했을 때,

몇몇의 동명이인의 정보는 나왔지만, 나와 관련된 게 하나도 나오지 않았을 때,

이상하게 안심되곤 했었다.


3.

메신저는 카카오톡과 왓츠앱을 쓰고, SNS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만 있었다.

카카오톡과 왓츠앱은 프로필 이미지가 없었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친구가 5명도 채 되지 않았다.

싸이월드를 대학교 때 하긴 했는데, 마찬가지로 내 사진은 거의 올리지 않았고,

주로 일기를 쓰는데 썼었다.


4.

여자 친구는 평범한 편이었다.

자기 사진과 친구들과 찍은 사진도 SNS에 올리고,

프로필도 자기 사진으로 해둔다.

여자 친구와 랑카위에 놀러 갔을 때, 인스타 스토리 기능을 알려준 뒤 한 번 올려보라고 해서

우리 사진과 바닷가 사진을 찍어서 올려본 적이 있었다.

몇 안 되는 친구들이었지만 다 보지 않았던 것 같다.


5.

나는 온라인이건 현실이건 친구가 없기 때문에,

메신저에서 누군가 연락이 올 일도 없고,

(100% 가족이거나 여자친구다)

SNS를 통해서도 굳이 소통을 할 필요성이 없었다.

친구는 대부분 여자친구를 통해서 알게 된 친구다.


6.

여자 친구는 공적으로 보이는 내 모습과 상반된

사적인 내 모습이 많이 귀여운 것 같다.

어설프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하고, 그냥 웃기기도 한 것 같다.

그런 내 모습을 혼자서만 보자니 너무 아까운지

남편덕질계정을 만들어서, 나의 웃긴 일상을 편집해서 업로드하고 싶다고 했다.


7.

나는 여자 친구가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많이 응원하는 편이다.

다만 내 초상권이 걸린 일이다 보니 선뜻 답이 나오진 않았던 것 같다.

예전에 여자 친구가 자기의 인스타에 우리 사진을 공유하는 건 괜찮냐고 했을 때는

전혀 걱정 없이 좋다고 했었다.

내가 주인공인 채널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부담되기도 했고,

이게 뭐가 재밌고 누가 볼까 싶기도 했다.


8.

이런 고민은 마음속으로만 했던 것 같고,

여자 친구에게는 괜찮다고 답을 하면서 한번 해보자고 했다.

여자 친구가 좋아하는 나의 소소한 일상과 장면들을

직접 재밌게 편집해서 하나 둘 올렸다.

나도 처음엔 무관심한 척했지만, 이내 부끄럼을 잊고 재밌게 보게 되었다.


9.

여자 친구는 일상에서도 재밌는 순간이 오면

놓치지 않고 폰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노력한다.

나는 사진/영상에 대해서 기록을 잘 남기지 않는 편인데,

여자 친구와 지내면서 이런 추억들의 소중함을 많이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원천이 되어서 재미난 채널도 탄생하게 된 거 같다.


10.

최근에는 새로 올린 영상의 조회수가 얼마나 나오는지 신경이 쓰이게 되었다.

그리고 비슷한 콘셉트의 다른 친구의 채널의 조회수도 비교하며 보게 되었다.

여자 친구는 처음과 달라진 내 모습이 웃긴 거 같았다.


11.

초상권 침해의 반대말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초상권 공유가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행복한 모습이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내 초상권을 째끄미 편집자에게 공유한다.


-끝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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