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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호리 Aug 12. 2015

#6.개봉2동 족발집 사건

탐욕이 부른 역대급 참사

오랜만에 처형(妻兄)네를 찾았다.

각별함은 표현할 때 생기는 법.


"과일이라도 한 봉지 사가야지. 여보 저기 차 좀 세워봐"


처형네 집으로 가는 길 상가 주변엔

노점시장이 형성돼 있다.


아마 원래는 시장이었는데,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이 들어서며

그 형태가 없어진 듯하다.


노점 때문에 원래 2차로로 만들어진 길이

차 두대가 동시에 지나갈 수 없는 길이 돼버렸다.

아내를 먼저 마트 앞에 내려주고,

샛길에 임시주차를 했다.


난 '젠틀맨'이므로

아내의 무거운 짐을 받아주기 위해

마트 앞으로 갔다.


마트 옆으로 작은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반찬집, 두부집, 과일가게, 통닭집...

대형슈퍼(SSM)의 침범(侵犯) 가운데

생계를 잇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는 상인들.

마트로 들어가는 발길이 편치않다.


내가 기다리던 곳은 '족발집' 앞이었다.

3평 남짓되는 공간에서 직접 족발을 삶아 판매하고 있었다.

마침 아주머니가 식힌 족발을 하나 꺼내 들어

장만을 하고 있었다. 주문이 들어왔나 보다.


차를 피해 가게 앞으로 바짝 다가가자

아주머니는 나를 한번 힐끔 보더니

다시 일에 집중했다.


아주머니는 잘 갈아진 칼을 이용해

능숙하게 잘라나갔다.


아줌마는 나를 의식했는지,

고기를 몇 조각 끊어 앞에 있는 접시에 담았다.


시식용이다.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이게 정(情)이지.

재래시장도 이렇게 변해가는 것이다.


아주머니는 뭔가..

' 츤데레(ツンデレ:차가워보이지만 내면은 따뜻함)' 같았다.

생면부지의 나를 보고 고기를 끊어주면서도

보통 시식코너 아줌마들처럼 '먹어보세요~'라며

흔한 미소조차 건네지 않았다.


'후훗.. 경상도 사람들이란..'

익숙했다. 저런 감정표현..

나또한 재경(在京) 경상도인이니까.


나는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받기 위해

접시 앞으로 바짝 다가서

아주머니가 잘라주신 족발을 먹었다.


아주머니가 힐끔 쳐다봤다.

눈이 마주쳤다. 미소를 날렸다.

'맛있네요'하는 눈빛으로.


시장기가 있었는지 맛있었다.

동네 족발이지만, 정성이 담겨 이렇게 훌륭한 것이다.


그런데, 손님이 없는데도

시식용 고기를 너무 썰어두셨다.

조금은 마른 것도 있었고, 또 너무 작게 자른 것도 있었다.

'좀 큼직 큼직하게 써시지. '

마트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이런 것도 교육이 필요할 텐데.

뭐.. 시장이니까.


다시 고기를 하나 집어 들었다.

아주머니가 다시 나를 쳐다봤다.

'네.. 맞아요. 당신 최고랍니다.. 맛있어요.'

선한 미소로 화답했다.


아줌마는 조금 주저하는 듯 싶더니

입을 열었다.


.

.

.



"저기.. 그거.. 버리는 거예요.."

"먹는거 아닙니다."


.

.



안가.

나 이제 재래시장 안 갈래.

그래서 재래시장이 안되는 거야.

어쩐지. 이쑤시개도 없더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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