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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호리 Aug 10. 2015

#5.아빠 '이미지(image)'가 뭐야?

척척박사 아빠의 침착한 대처법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에

딸 아이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이미지가 뭐예요?"


평소 아이들의 어떤 사소한 질문에도

대답을 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했던 우리들은

순간 '사소하지 않는' 질문에 멈칫했다.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너무나 잘 쓰고 있는 단어인데도

막상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

설명을 하자니 말문이 막혔던 것이었다.


7분 같은 1분이 지난 후

먼저 아내가 입을 열었다.


"이미지는.. 그 우리가.."

"여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아내는 자연스럽게 나에게 질문을 넘겼다.

'아빠'이고 싶었다.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시뮬라르크와 시뮬라시옹, 추상, 개념적

인상, 상상, 모사, 비실재, 비본질

기호(symbol), 수사, 느낌적, 버츄얼, 인텐저블..

실재에 대한 너의 이해

본성에 대한 직관

인지의 대체

형이상학

메타포


그러니까 그 너의 우뇌 속에

사물에 대한 인지, 정서적 흐름,

양태를 설명하는 어떤 감상과 지각,

그것이 환상일 수도 있고

신앙, 믿음, 미래에 대한 꿈

뭔가 창조적인 그런..

각색된 형태


감각, 주의, 단기 기억, 장기기억

상징적 지식에 의한 사물 인지


'이걸 어떻게 설명해..'


남자들은 멀티태스킹이 안된다.

신호등이 녹색불로 바뀌었다.


짧은 순간에 이미지에 대한 각종 지식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척척박사인척 했다가는

아이를 더 혼란으로 빠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아이는 대체 어디서 '이미지'라는 단어를 본 것일까.

교회에서 전도사님이 예수님의 이미지를 설명했나?

차창밖으로 '이미지'라는 글자가 보였나?

학교에서 내준 숙제나 책에 '이미지'라는 단어가 있었는데

뭔지 몰라서 끙끙대고 있었나?

친구에게 '내 이미지는 어때?'라고 질문을 받고,

'나도 이미지 사고 싶다'라는 엉뚱한 대답을 했을까..


'침착하자'


"루다야. 이미지란게 좀 복잡하고 다양하게 쓰이는데,

  왜 이미지라는 단어가 궁금한 거야? 어디서 봤어?"


딸이 뭔가를 또박 또박 읽었다.

.

.

.


"이미지를 전부 삭제하시겠습니까"



"삭제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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