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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호리 Jan 08. 2019

전철일기 - 출근길 글쓰기

2019년 1월 8일 추움

“그래. 이거야!”라고 생각했다.

지난해부터 글을 많이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옛날에 블로그 하던 버릇이 나와서

글 하나를 쓸랍시면, 너무 잘 쓰고 싶다는 욕심에

이리 재고 저리 재다가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 상해버린 글이 되어

결국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앞뒤 문법은 맞는지,

맞춤법은 맞는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맥락이 옳게 가는지..

넘들이 읽고 어떤 감정을 가질지.

문체를 이리했다 저리했다

단어를 요래조래 바꿨다..

사진도 이것저것 넣었다 뺐다..


그러다 보니 늘 글은 임시저장소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러다가는 아마 영원히 글쓰기를 못할 거야.


글쓰기를 좋아하면서

막상 시간을 내서 글쓰기를 할 시점도 마땅치 않다.


회사에서는 돈 버는 글쓰기를 해야 하고,

집에 오면 밥 먹고 애들이랑 놀고 씻기고 재우기 바쁘다. 애들 재우고 뭘 할랍시면 어찌나 피곤한지.


짬날 때마다 폰으로 써볼까도 했지만,

역시나 옛날 사람이라서인지 데스크톱이 편하다.


글을 못쓸 이유가 이렇게나 200만 개다 보니

연재를 하려고 생각했던 히말라야 이야기나

발리 이야기나 “일상의 호들갑” 시리즈도 연명을 못하고 마치 티저나 던져놓고 투자를 받지 못해 잠적하는 사기꾼이 돼버렸다.


발리 글은 무려 6만이 넘는 조회수,

“모두들 하고 있나”는 5만, 히말라야도 2만이 넘는다. 물들어 왔을 때 노를 잘 저었으면 흥이 나서 막 써나갔을 텐데, 타이밍을 놓쳤다.


뭔가 덜 닦은 뒤처럼 찜찜함이 계속되던 중,

오늘 전철역 계단을 내려오다가 “유레카”처럼

특별하지도 않은 생각이 번뜩 떠오른 것이다.


그 특별하지도 않은 특별한 생각이 뭐냐면..

바로 전철 안에서 글을 쓰는 것이다...


“아.. 예..”


“아.. 네...”


딱 출퇴근 시점에 전철 어딘가에서 구겨져서 글을 쓴다. 옛날 사람이라 폰 타이핑이 넘니 어색하지만 함 써본다. 못다 한 글은 미련을 버리지 않고 걍 놔둔다. 그래서 넘나 덜 닦은 느낌이 들 때.. 퇴근 글을 쓴다.. 와우. 그러면 되겠네.


어차피 전철을 타면 딱히 뭘 하지도 않으면서, 매번 이 시간을 활용해 뭘 할까 하는 생각만 하고 있다.

영어 학습도 좀 했다가, 설교도 들었다가.. 웹툰도 봤다가.. 그러다 결국 유튜브로 새고.. 그러다 목이 아파 또 멍하니 있다가.. 너무 시간 죽이기 같아서 못하는 게임도 해보고.. 하지만 나에게는 뭔가 모두 몰입이 안된다. 남들처럼 막 게임중독 같은 것도 돼보고 싶은데, 잘 못해서인지 절대 안 된다.


그러니 뭔가 출퇴근 시간은 걍 시간 죽이기다.

왜 글을 쓸 생각을 안 했었나 몰라.

각종 잡념을 카톡 쓰는 마냥 막 썼으면 됐을걸.

그러면 아마 “백만대장경”을 완성했을게다.


이게 다 욕심이다.  너무 잘하려고 하는..

뭐든 적당히 해야 하는데,.. 이게 다 어릴 때 너무나 교육을 잘 못 받아서이다. 나 초등학교 때는 학교에 가면 마치 ‘사도신경’을 외듯 ‘국민교육헌장’을..


아  도착했다. 쏴리.

퇴근 때 다시  투비 콘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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