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성 공황장애 인지패턴 알기
12월, 그리고 다이어리
매년 이맘때면 '내년도 다이어리를 뭘 살까' 고민하게 됩니다. 다이어리를 예쁘게 꾸미지도 못하고, 꽉 채워서 사용하지도 못해요. 사실 물건을 잘 잃어버려요. 제 주위에 블랙홀이라도 있는 건지, 들고 다니기 편한 작은 노트들은 자꾸 사라집니다. 수첩은 장기간 사용하다가 자꾸 잃어버리기 일쑤여서 패스~ 또 무겁거나 두꺼운 다이어리는 가방에 잘 안 넣게 되더라구요.
학창 시절에는 예쁜 스티커와 펜으로 곧잘 기록하기도 했는데, 아이를 낳고부터는 보기 예쁘게 꾸미기보다는 시간을 많이 빼앗기지 않고 휴대가 편한 다이어리를 찾게 되더라구요.
2022년도에 제 곁에 함께할 다이어리를 폭풍 검색 끝에 찾았어요. 보기 드물게 '월-주 구성'으로 되어있고 주간 기록 페이지에 그 달에서 몇 번째 주인지 확인할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종이도 두툼해서 뒤 비침이 없는 아이를 겟할 수 있었어요.
다이어리 구매에 이렇게 정성을 들이는 이유는, 제가 기록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간단한 스케줄은 휴대폰에 저장을 하구요, 제가 느낀 감정, 불편함, 즐거움은 손으로 적어요. 손으로 적으면서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저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어요.
제가 처음부터 이렇게 기록하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학창 시절 이후로는 거의 일기를 작성하지 않았어요. 임신 때 태교일지 정도였고, 직장에서 적는 교무 일지만으로도 지쳤거든요. 다시 일기를 쓰게 된 것은 제가 언제, 무엇으로 인해 공황이 찾아오는지 그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서였어요.(이 방법도 주치의 선생님께서 권하셨어요.)
공황이 찾아올 때마다 무조건 기록했어요.
처음에는 주치의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형식을 갖춰서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만의 방법으로 점점 간결해졌어요. 공황 일기를 쓰는 것이 생각보다 심리적으로 힘들었어요. 자신의 패턴을 거리 두기해서 적는다는 것,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한다는 것, 자신의 부족함을 알아차리는 대면의 시간을 가질 때마다 저는 위축되었어요. 그럼에도 용기를 내었습니다.
저는 스트레스에 취약했고 보통 통제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공황이 찾아왔어요. 특히 책임회피하는 사람을 마주했을 때 그 증상은 더 빠르게 저를 뒤덮었어요. 가장 최근의 기록을 공개할게요.
나는 언제 공황이 올까?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은 무엇일까?
분명 스트레스 상황이지만, 이 사건이 죽을 만큼 힘든 일은 아니에요. 오랫동안 공황증상이 전혀 없다가 최근 이 일을 겪은 후, 아직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어요.
나의 의견이 상대방에게 가닿지 않는 상황,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만 하시는 관리소장님과의 1 시간이, 저에겐 무척 힘들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사람은 원래 그래, 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요, 이제는 제 몸이 바로 신호를 줍니다. 그리고 제 컨디션을 제가 바로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어요.
만약 기록하지 않았다면, 벽을 마주한 것 같이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 때 힘든 원인을 그 사람 탓을 했을지도 몰라요. 꼰대라고 생각하면서요.
우리는 다른 사람을 어쩌지 못하잖아요. 그저 내가 왜 불편했는지를 알고, 내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내는 수밖에는.
공황 일기는 자신의 그런 패턴을 알게 해줍니다.
직면은 무척 힘들어요. 하지만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서 분명 필요한 작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