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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우 Jan 18. 2019

악은 그 어떤 모양이라도 버리라.


 수영을 15년 넘게 하고 있다.


 매일 아침 새벽예배를 마치고 향하는 곳이 수영장이다.


 1년에 한번 내지 두번 정도 수영복을 바꾼다.




 매일 착용하다보니 헐기도 하고 늘어지는 경우가 있어 자주는 아니어도 주기적으로 교체가 필요하다.



 금요일에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하고나니 판매자에게 전화가 왔다. 


 "해당 상품이 품절이라 다른 상품 교체나 환불을 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내용의 전화였다.


 운전 중이라 시간내서 보고 변경 요청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오후에 잠시 시간이 나서 해당 상품 군 중에서 비슷한 제품으로 변경 요청을 하고 나니 배송했다는 메세지가 바로 떳다.


 다음날 배송된 상품을 받는 기분이 참 좋았다.




 배달의 민족인 우리나라의 좋은 점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빠른 배송 덕분에 월요일에 새 수영복으로 상쾌하게 수영할 수 있겠다는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박스를 개봉하고 상품을 살펴보면서 조금 갈등이 생겼다.


 아내가 함께 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여보, 이거 해골 모양 아니야?"


 "엉? 그럴리가."



 자세히 살펴보니 해골 모양이 수영복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자세히 살펴보진 못했던 것이 나의 실수였다.


 처음 고른 제품은 전혀 이상이 없었는데, 교환한다고 급히 선택한 제품을 비슷한 것 같아서 골랐다.


 바로 요청을 하고 다음날 배송이 왔는데, 토요일이고 월요일에 교환까지 할 생각을 하니 귀찮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했다.




 수영복인데 뭐 어때?


 그냥 한 두달 입다가 바꾸지 뭐.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월요일부터 새 수영복을 입고 수영을 했다.


 수영을 하면서도 뭔가 찝찝한 기운을 버릴 수 없었다.




 성경 말씀에 악은 모양이라도 버리라고 했는데, 내가 과연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한낱 수영복이라지만 내가 입고 매일 보고 만지는 것인데, 이것을 하나님이 기뻐하실까?


 극히 작은 것으로 치부하려는 마음에 자꾸 찔림을 주시는데 마음 한편이 답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한 비용이 아까워 버리지 않고 매일 수영복을 입고 사용했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드디어 목요일에 일이 터졌다.


 겨우 4일 입었는데...



 목요일 수영을 다마치고 샤워실이 워낙 붐벼서 개인적으로 자유수영을 하다가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 안되는 자세를 연습하고 있다.



 수영에 퀵턴이라는 게 있다. 


 수영선수들이 50m를 돌고 나갈 때 손을 벽에 짚지 않고 몸을 돌려 발로만 벽을 차고 나가는 것을 말한다. 


 오래도록 수영을 했지만, 편하게만 하다보니 턴을 할 때 퀵턴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다른 강습반 분들에 비해 실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을 느껴 요즘 연습하고 있었다.




 수영하며 벽을 향해 가다가 1m 정도 전에 몸을 앞으로 돌려 발로 벽을 차고 나가는 것이다.


 몸을 돌려 벽을 차고 잘 나가는가 싶은 때...



 누가 잡아끄는 것처럼 수영복이 걸렸다.


 북~~~ 찍~~~~



 수영장 속에서도 느낄 수 있는 소리로 나의 몸이 다 느낄 수 있었다.


 왼쪽 허벅지 위 골반 밑으로 수영복이 찢어졌다.




 이유를 살펴보니 수영장 끝 쪽에는 깊어지는 것 때문에 발판을 만들어 놨다. 작은 분들이나 어린이가 서 있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발판 모서리쪽에 나사를 박아 놨는데, 그 나사 머리가 아주 미세하게 튀어 나와 있다.


 그것에 걸려 내 수영복이 걸렸고, 벽을 발로 밀며 나가는 내 동작에 반대 방향으로 걸려 수영복이 찢어진 것이다.



 그 순간 바로 깨달음이 왔다.



"범사에 헤아려 좋은 것은 취하고 악은 어떤 모양이라도 버리라"

 - 데살로니가 전서 5장 21 ~22절






 내가 하나님의 자녀된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고, 매일 하나님께 기도하며 바르게 살기로 몸부림치면서 그 작은 것에 내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수영복 교환하거나 새로 사는 비용이 아까워 결단하지 못하는 내 작은 마음을 하나님께서 상황으로 결단하게 하신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작은 미세한 일에도 간섭하시고 길을 만들어 주시는 것을 깨닫는 순간 머리가 울렸다.



 내가 진짜로 하나님께 매어 있는 사람이구나. 


 내가 하나님의 자녀구나.


 내가 그런 인생을 살겠다고 하신 것을 들으셨구나.



 등등의 생각들이 순식간에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수영장에서 같은 반 회원분들께 하는 인사가 있다.


 내가 먼저 시선을 마주치고 손을 들어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외친다.


 "할렐루야(여호와를 찬양합니다.)"


 이렇게 인사를 건네면, 거의 모든 분들이 답한다. 


 "아멘~~!!"


 수영장을 다니는 90%가 하나님을 믿지 않는 분들임에도 그렇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 가를 보여줘야 하는 그곳에서 악한 모양의 해골 수영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게 과연 보기에 좋은 일인가를 생각해 볼때 진작에 결단을 내렸어야 하는데, 하나님이 사건을 만들어 주심으로 변화될 수 밖에 없는 일을 행하셨다.



 지금 수영복을 새로 주문했다.


 이제는 더 찬찬히 그리고 세심하게 살폈다. 


 '이상한 모양은 없겠지?'




 지극히 작은 일에도 우리의 모든 행위를 보시는 하나님께서 이 일을 통해 살아계심을 나타내셨다. 


 감사한 깨달음을 통해 더 깊이 있는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내야겠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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