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터의 재회 (레옹이 작사하고 건터가 부릅니다)
건터는 **을 떠난 후, 군에 지원했다.
입대 전까지 그는 고향 근처에서 건축업자 밑에서 일하며
화물차를 몰고, 현장의 뒷일을 도맡았다.
그 일이 익숙해질 무렵,
그의 가족은 서울 근교로 이사를 하게 됐다.
건터는 이삿짐과 함께 마음까지 묶어 입대했고,
그렇게 한 해가 바뀌었다.
1년쯤 지났을까.
정기 휴가 중 건터는 낯선 방문을 받는다.
찾아온 사람은 P였다.
여전한 눈빛, 하지만 어딘가 무거운 기색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형, 나 둘리 만나고 왔어요.”
P는 건터에게 둘리의 소식을 전했다.
그녀는 그해 봄, 결국 고향 근처 학교로 전학을 갔다고 했다.
늘 돌아가고 싶어 하던, 그 마음의 끝이었다.
하지만 P의 다음 말은
건터의 마음을 무너뜨렸다.
“형... 둘리가 그러더군요.
자긴 K랑... 관계를 가졌다고.
자기가 원해서였다고 했어요.”
한순간, 세상이 멈춘 듯했다.
건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P 역시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그날 이후, 건터는 깨달았다.
‘둘리의 선택이 그렇다면 난 널 잊어야겠지.’
그는 오래도록 그 말을 삼켰다.
언젠가 K를 찾아 응징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는 이미 사기 혐의로 수배 중인 인물이 되었고,
찾을 길도, 마주할 방법도 사라졌다.
건터와 P는 그렇게,
둘리에 대한 감정의 끈을 놓았다.
그리고 20년이 흘렀다.
친구의 장례식장.
고향 숲에서 열린 수목장.
건터는 아내와 함께 조용히 친구를 보내줬다.
그리고 거기서,
20년 만에 둘리를 다시 만났다.
그녀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얼굴을 간직하고 있었다.
조금은 수척하고, 조금은 미안한 눈빛으로.
그 옆엔 둘리의 어머니도 있었다.
말없이 건터를 바라보는 그 시선이, 모든 것을 대신했다.
2박 3일.
짧지만 긴 시간.
건터는 과거의 조각들과 다시 마주했다.
말없이 스쳐간 계절들,
끝내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숲 사이로 흩날리던 나뭇잎처럼
하나둘, 마음 위에 내려앉았다.
그는 깨달았다.
첫사랑은 품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묻는 추억이라는 걸.
… 그날 이후,
그 둘은 서로의 이름을
더 이상 부를 수 없었다.
20년 후,
다시 마주친 자리마다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그들은 결국
‘슬픔’이라는 이름으로만 재회했다.
건터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오래된 계절을 다시 걷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를
노래로 남긴다.
그리고 이제, 이 이야기를 조용히 내려놓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 가슴에 앉고 살았던 그 시간들을.
건터의 노래는 아직, 숲 어딘가에 머물고 있습니다.
#첫사랑 #재회 #기억 #이별 #수목장 #20년후 #슬픔 #지워지지않는사랑 #건터의시
재미없는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스무 살
너를 찾아간 그날
사랑이 뭔진 몰랐지만
너의 이름은 내 등대였어
나는 그 빛을 따라갔어
다시 만난 건
검은 옷을 입은 날
눈물 너머로
너는 선명했어
말은 없었지만
내 심장은 먼저 알아봤어
우린 그렇게
재회했어 말없이
그날 이후
나는 길을 잃고
너의 향기만 따라 살았어
바람에 실려온
너의 계절은
내 마음을 자꾸 뒤흔들었지
다시 만난 건
검은 옷을 입은 날
눈물 너머로
너는 선명했어
말은 없었지만
내 심장은 먼저 알아봤어
우린 그렇게
재회했어 말없이
넌 날 몰랐겠지
언제나 멀리 있었으니까
나는 늘 뒤에서
너를 따라 걷고 있었어
이젠
너를 만나는 날이
늘 슬픔뿐이라면
그 마지막 날
내가 먼저 떠나기를
그날은
굳이 오지 않아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