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소설 - 카트만두행 편도 항공권

by 레옹



친구 J의 전화가 울렸다.
흐려진 초점으로 액정에 뜬 J를 바라만 볼 뿐이다.

어차피 전화는 받지 않을 것이다.
이번 주 결혼이라 했지.
열 살 연상의 여인을 열 해를 붙잡고 이제야 식을 올린단다.


'그래, 초혼이니 하고 싶겠지. 행복하게 지지고 볶고 잘 살아라.'


습관적으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혼잣말이라도 안 하면 혀가 굳어버릴 테니까.
마지막 짐을 챙겼다.

짐이라고 해봤자, 여권과 현금봉투.
옷가지 몇 벌을 가방에 욱여넣고 집을 나섰다.

돌아보지 않았다.

미련이 자리 잡을까 두렸웠을까.

카트만두행 항공권은 편도였다.
돌아올 생각은 없었다.


헐렁한 마음을 애써 묶은 채, 비행기 창밖을 바라봤다.

지붕이 높아서일까.

하늘이 낮게 내려와 있었다.


경비행기 국내선 환승장.

현지인들 틈에 섞인 태호는 마치 오래전부터
이 나라의 공기를 들이마셔 온 사람처럼 무표정했다.


“포카라까지 몇 분 걸리죠?”


“25분이요. 하지만 가끔… 날씨가 바꿔놓죠.”


항공사 직원의 말에 태호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 말, 인생 같다.


기체는 낡고 작았다.
좌석은 좁았고, 작은 떨림이 고스란히 몸으로 전해졌다.

죽으러 가는 길은 생각보다 가볍구나.
하지만 왜 이렇게, 자꾸 살아 있는 감각들이 스며들까.


포카라에 도착한 그는 작은 숙소에 짐을 풀었다.
방 안엔 허름한 커튼, 눅눅한 침대, 그리고 그보다 더 무거운 침묵.

거울을 보았다.

얼굴은 그대로인데,
눈빛은 어딘가 멀리 떠나 있는 듯했다.

죽으러 왔으니, 조금은 살아 있는 것처럼 굴자.

그날 밤, 그는 아주 오랜만에 제 숨소리를 들었다.
조용하고,
무거웠다.








슬픔은 거짓말이야 / 레옹





사랑은 없어 다들 속고 있어

눈물로 채운 그 말은 빛이 없어

하늘도 우는 척할 뿐이야

별들은 그냥 돌이야 그뿐이야


슬픔은 거짓말이야

그게 사랑이라면 난 안 믿어

달콤한 독이야 다 똑같아

그게 진짜라면 왜 이렇게 아파


추억은 없어 다들 꾸며낸 거야

웃으며 찍은 사진도 전부 연극이야

꽃은 시들고 향기는 사라져

시간은 우리를 속여 뒤돌아가


말해봐 진짜 있었냐고

이 모든 게 정말 맞냐고

차라리 꿈이라면

깨어날 수 있게 해 줘


슬픔은 거짓말이야

그게 사랑이라면 난 안 믿어

달콤한 독이야 다 똑같아

그게 진짜라면 왜 이렇게 아파


사랑은 없어 믿지 않을 거야

눈물조차 이젠 흘리지 않아

슬픔은 거짓말이야

그게 사랑이라면 난 안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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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핀터레스트 MurphyB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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