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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이 지나면 봄은 오겠지

허회경 - 그렇게 살아가는 것

by 레옹

성수대교가 무너진

그 해 겨울은 수아 씨의 마음도 무너지고 있었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사는 게 내 인생인가 싶어

서울로 무작정 상경해 이것저것 안 해본 것이 없다

억척스레 살아왔건만 본인의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

직장생활을 하며 여기저기 글을 써서 보내고

미팅을 해 보지만 수아 씨의 글을 출간하겠다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지난주에는 직장에 사표를 냈다


쥐꼬리만큼 주는 월급에 사람을 노예처럼 부리는 것도 싫었고, 언제 닥칠지 모를 성희롱도 소름 끼치게 싫었다



고향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날씨는 왜 그리 춥단 말인가

군에 가있는 남자친구 태호가 떠 오른다


이제 입대 2개월이 지났으니 아직도 24개월이나 남았다

강원도 모처로 배치를 받아 아직 면회도 못 갔다

고향집으로 가게 되었단 소식은 전해야 하는데

한동안 펜은 쳐다보기도 싫어져

아직 편지도 쓰질 못했다


추운 날 군고구마를 사 와서 단칸방 이불속에서 나눠먹던 태호의 생각에 수아씬 옷깃을 한 번 더 여민다

입대 전 사랑을 확인하는 태호에게 가시 박힌 말로

상처 준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을씨년스러운 시골집은 수아 씨만큼이나 춥고 외롭다

마당의 길고양이가 수아 씨 옆에 누워 갸릉거린다

'네가 나보다 나은 것 같구나'

한기 가득한 방 침대에 쓰러지는 수아 씨!

그렇게 잠시 잠이 든 수아 씨!


그렇게 얼마가 흘렀을까

꿈에서 깨어나는 수아 씨!

방문을 열고 가방을 챙겨 다시 집을 나선다

'곧 봄이 올 거야'

을씨년스러운 고향을 뒤돌아 본다


♡위 글은 레옹의 창작입니다♡

♡♡뮤직비디오 영상에서 착안했습니다♡♡


#허회경#그렇게#살아가는 것#한겨울#봄#꿈#한숨#가시

#상처#인생#웃음


https://youtu.be/1Qtr8TznwNI?si=VhAi4GD-kBlFFM3T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허회경의 깨끗하고 담담한 음색과 스트링 사운드로 표현한 포크 발라드 곡이다.

왔다 갔다 하는 우리의 인생을 담담히 풀어냈으며,

우리네 삶의 방향을 이야기하며 조용히 위로를 건넨다.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신세휘가 단독 출연했다.

신세휘는 홀로 어디론가 떠나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연기하며

곡의 분위기를 살렸고,

섬세한 표정 연기를 통해

추운 겨울에 어울리는 감성을 완성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2022.01.07)




허회경은 인디가수로 조용조용한 포크음악을 한다.
애초에 화려한 조명에 사이렌과 전자음이 난무하고
격렬한 춤까지 추는 대중적인 K-POP에 비하면
인지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앨범을 꾸준히 발매하고 있고
사람들의 입에 종종 오르내릴 정도의 아티스트이다.
어떻게 이런 마이너한 음악을 하면서
내가 접할 수 있을만큼 알려졌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중고 LP가 20만원이 넘을 정도로 네임드가 되셨다)
만약 팬이 계시다면 그냥 재미로 읽어봐주시기를




허회경은 가사를 잘 쓴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의 도입만 봐도 그렇다.
"가시 같은 말을 내뱉고,
날씨 같은 인생을 탓하고"
오, 멋있는 표현이다. 날씨 같은 인생이라니
첫 소절 부터 대체 날씨 같은 인생이
무엇인지 굉장히 궁금해진다.
일상적인 언어를 조립해서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올 가사들을 툭툭 던진다.



심지어 가사에는 심오한 통찰도 곳곳에 숨어있다.
정말 너무 심오해서 이것이 정말 사실이 아닐까?
단지 은유에 불과한 걸까?

고민해볼 정도이다.
그저 감정의 표출이 아닌, 문학성 있는 詩에 가깝다




허회경은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다.
허회경의 음악세계는
살짝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만 꺼내는 것 같다.
그래서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게 사랑이든, 인생이든 주제가 무엇이 됐든지
이 사람은 이야기를 허투루 하진 않더라
같은 믿음이 생긴다.

(MBTI도 INTP나 INTJ라고 한다)



블로그 '쿼카의 음악세상' 에서

퍼온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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