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등원 거부
지난 7월. 둘째가 열이 잡히지 않아 3일 간 병원에 입원을 했었다. 코로나 19로 민감한 시기였지만 다행히 금방 열이 가라앉아 무사히 병원을 퇴원했다. 하지만 퇴원 후 예상치 못한 문제가 우리 가족을 찾아왔다.
주말이 지난 월요일 히로가 울면서 어린이집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잠시 투정 부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등원 거부는 이틀 연속 이어졌다. 심지어 잠들기 전에는 어린이집 이야기만 하면 안 가겠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3년째 큰 문제없이 다니던 어린이집이었다. 지난주에는 아빠랑 손 잡고 하원 하는 길에 직접 만든 종이 자동차를 자랑하면서 오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갑자기 어린이집이 무섭다며 등원을 거부하니 무슨 일이 있었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등원 거부 이틀째 밤. 퇴근 후, 히로와 둘이서 한 시간이 넘게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어린이집에서도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던 것 같긴 했다. 하지만 계속 히로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둘째가 입원해 있는 동안 엄마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마음속에 큰 상처가 된 것 같다. 아이에게 어린이집이 무섭다는 것은 다시 혼자 어린이 집에 가면 혹시 또 엄마가 집에 없진 않을까라는 의미에 ‘무섭다’ 였던 것 같다.
히로와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좋아하는 친구에게 잠깐 편지만 전해주고 오자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히로는 피곤했는지 울면서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엄마에게서 온 카톡.
‘오늘도 안 간데.’
퇴근 후, 히로에게 아빠와의 약속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몰라. 물구나무섰겠지
그렇다. 약속이 뒤집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