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표정에 더벅머리인 오로르를 보는 순간 집어 들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그렇게 '진짜 햇살'인 오로르가 "모두가 항상 남을 탓하는 세상에 맞서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라는 말을 명심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골칫거리 힘든 세상에서 사는 나는 오로르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지치고 불안하고 근심 많은 얼굴일까. 이 책은 말을 하지 못하지만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찾아낸 오로르의 성장기다. 세상 사람들이 규정해 놓은 발달장애인 오로르가 가족과 조지 안느 선생님에게 사랑받으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덩달아 여러 가지를 깨닫게 된다.
"친구가 울 때는 계속 친구를 안아주어야 한다." p209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누군가 다르다는 이유로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11살 꼬마의 생각이 울림을 주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한편 오로르를 제외한 주변 사람들은 모두 크고 작은 문제나 걱정거리를 가지고 산다. 그런 걱정거리는 행복하게 하지도 깊은 잠을 잘 수도 없게 만들지만 현실 세상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오로르가 그런 문제나 걱정거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건 오로르가 골칫거리 힘든 세상에는 적응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자신만 오갈 수 있는 참깨 세상에서만 행복할 수 있고 이곳에서는 현실에는 없는 진짜 친구도 있다면 말이다.
"그렇지만 잿빛인 데에는 좋은 점도 있어. 잿빛인 날이 많기 때문에 푸르른 날을 더 아름답게 느낄 수 있어. 밝고 행복한 날만 계속될 수는 없어. 잿빛도 삶의 일부야." p224
이런 점은 이 사랑스러운 아이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마음이 무거워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발달장애, 즉 자폐성 장애인을 너무 쉽게 우리와 다른 특별한 아이라고 하거나 혹은 모두 오로르처럼 특별한 능력 하나쯤 지닌 아이처럼 단정 짓게 될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것들을 판타지처럼 특별한 것으로 포장하는 일은 그들이나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나 이로울 게 하나도 없다. 특별해서 특별한 아이가 되는 게 아니라 특별하게 보니까 특이한 아이가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게 오로르와 같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첫걸음일지 모른다.
어쨌거나 매사 긍정적이고 밝은 오로르를 알게 되었다는 것과 매혹적인 색감의 일러스트는 읽는 내내 완전 환상적이었다. 너무 예쁘다. 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