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DA Art&Music Festival 2021
30년 아니 그보다 더 오래되었겠네요. 공연장을 찾은 것이. 다치고 처음입니다. 아직 공연을 보고 가슴이 뛸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오래된 기억들입니다. 다치고 나서 적확히 표현하자면 장애인이 되고 나서는 공연장은 물론이고 연극, 전시회 등등 무대나 공간 예술은 멀리했습니다.
곳곳에 턱이나 계단을 넘나들어야 했고 좋아하는 연극은 좁은 객석에 뻣뻣해진 다리로 오래 버틸 수 없었고, 설령 휠체어로 들이민다고 해도 가자미눈이 되어야 하는 구석 자리나 비좁은 곳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는 걸 모른 척할 만큼 무신경하지도 못해서 그냥 안 가고 안 보고 말았더랬습니다. 전시회도 누구 하나 숨도 크게 쉬지 않은 조용한 공간에 움직일 때마다 소음을 내는 전동 휠체어는 내가 전시물이 된 것처럼 시선을 받아야 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죠.
그래서 내가 음악을 좋아하고 부활과 들국화 공연을 쫓아다녔던 고교 시절이 있었음을 잊고 지냈습니다. 많진 않아도 조금이나마 있던 흥을 자발적 삭제 모드로 지내왔네요. 그런데 락 공연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망설였습니다. 오랜 시간 공연과 먼 채로 살다 보니 흥도 죽었고 더군다나 심장이 뛰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쭈뼛쭈뼛하다가 공연 내용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나다 아트 앤 뮤직 페스티벌 2021, 예술을 바탕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공간에서 함께 즐기는 감각 축제라는 색다른 공연이 흥미로웠습니다. 더군다나 청각 장애인이 귀청을 찢을 정도로 사운드에 의지하는 락 공연을 즐길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을 우퍼 조끼를 입고 울림으로 음악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과 시각을 극한으로 제한하는 암전 공연은 밴드 연주자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싶은 생각에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시내 공연장 대부분은 주차 공간이 협소하고 턱이나 계단 때문에 휠체어를 들어야 해서 난감할 때가 많은데 공연이 열리는 꿈빛극장은 장애인 주차 공간이나 휠체어로 이동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어 좋았습니다.
공연은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데 저는 옛날 사람인지라 요즘 핫한 홍대 밴드들은 생경하고 익숙한 크라잉넛이 있는 토요일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정말 열광적인 그들의 모습에 심장이 발딱거리는 통에 터져 나오는 환호를 참느라 혼났네요.
2021. 10. 23.(토) 밴드 바투, 배희관밴드, 위아더나잇, 크라잉넛, 수어통역 김홍남, 최황순, 조유나
2021. 10. 24.(일) 크리스피몬스터, 엔분의일, 너드커넥션, 디어클라우드
24일 공연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https://youtu.be/c9IDf7iIEac
감각 축제라는 색다른 공연인 만큼 일반적인 공연과 다른 점은 밴드를 위한 공연이라기보다 철저히 관객을 위한 공연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우퍼 조끼와 진동 좌석과 음악을 전달하는 수어 통역, 모든 빛을 차단한 채 공연하는 암전 무대가 있었습니다. 정말 암흑 속에서 들리는 엄청난 사운드는 우주 공간에서 울림에 따라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달까요?
그중에 개인적으로 수어통역사들의 밴드 못지않은 열정은 보는 내내 감동적이었습니다. 아티스트들도 이구동성으로 칭찬하면서 언급한 제5, 6의 멤버라고 할 정도였죠.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았습니다. 그들의 열정도 최고였지만 전 그보다 더 멋졌던 점은 보통 수어통역은 무대 한쪽 귀퉁이에서 볼 사람만 보는 그들만의 언어를 구분해왔는데 나다 공연은 수어통역사가 센터에 있습니다. 공연 시작과 끝까지요.
이런 멋진 공연 기획을 해준 기획사도 대단하지만 또 그렇게 센터 자리를 내어준 밴드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전 보는 내내 이 장면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지금 글을 쓰는 와중에도 공연장의 열기가 그대로 느껴져 또 울컥하네요. 너무너무너무 멋있었습니다.
밴드의 유료 콘서트도 아니고 설렁설렁 몇 곡하고 수다 떨다 가려나 싶었던 생각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기본 5 ~ 6곡을 정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창을 합니다. 특히 크라잉넛은 앵콜까지 그들의 특유함을 잃지 않고 시종일관 방방 뛰고 날아다니고 드럼이 찢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로 열광의 도가니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공연을 보면서 함성과 떼창을 하지 못하다니요. 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네요. 그럴 때 쓰라고 찍찍이? 뾱뾱이? 개뼉다구가 있긴 있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요. 노력 대비 소리는 너무 작고 놀리는 거 같기도 하고, 내년에는 부디 다른 응원 도구를 고민해 보심이 어떠실지.
공연 이야기만 하다 보니 미디어 아트는 이제야 하지만, 무대 배경이 되는 다양한 미디어 아트 영상 역시 장애, 비장애 예술가들이 협업으로 탄생시킨 작품입니다. 미디어 아트에 익숙하지 않아서 눈길이 자주 닿지는 않았지만 음악과 절묘하게 이루어지는 장면과 색은 무대 전체를 완성시키는 게 아니었나 싶네요.
여하튼 3시간이 넘는 이 멋진 무대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아내와 이런 공연 데이트는 처음이라서 더 행복했습니다. 내년엔 우퍼 조끼도 입고 함성을 지르며 함께 할 수 있기를 온 기를 모아 기도하겠습니다. 이런 멋진 공연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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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대표적인 배리어프리(Barrier-Free)축제. 2012년 ‘숨겨진 감각 축제’라는 부제로 시작된 페스티벌 나다는 장애를 향한 편견의 벽을 허무는 다원예술축제다. 장애, 비장애 예술가의 협업으로 제작되는 독특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통해, ‘장애’와 ‘다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바탕이 되는 장애인식개선을 주도해 왔다. 미디어아트를 통한 시각적인 정보, 우퍼조끼를 통한 촉각적인 정보, 공연수어와 자막을 바탕으로 하는 배리어프리 공연환경을 통해 청각장애인의 공연관람을 보조해 왔다. Festival N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