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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Nov 10. 2021

[칼럼] 장애ㆍ비장애 통합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얼마 전, 공연에 초대를 받았다. NADAFest 2021 '숨겨진 감각 축제'라는 슬로건의 장애ㆍ비장애 통합 예술공연이라는 이야기에 그저 그런가보다 싶었다. 한국에서의 장애ㆍ비장애 통합은 교육기관을 비롯 미디어나 기타 여러 문화 콘텐츠를 보더라도 비장애 중심의 콘텐츠에 장애는 한쪽 구석에 자리하는 정도의 배려나 자리 내줌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뉴스나 행사 진행만 보더라도 수어통역은 센터가 아니라 시야의 구석이다.



이미 비장애인 석은 매진이고 장애인 석 1자리가 비어 있으니 요즘 핫한 홍대 인디밴드의 공연 열기에 아내와 함께 취해 보는 게 어떠냐고 했다. 타고난 흥은 30년 전 사고로 음주가무와 멀어진 후 다시 돌아오질 않은 터라 단칼에 거절을 못하고 생각해 보겠노라고 하고 통화를 끝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공연에는 알고 있는 밴드는 없다. 내가 옛날 사람이니 요즘 핫한 밴드를 알 턱이 있나. 유일하게 아는 크라잉넛이 눈에 크게 띄어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가보잔다.



한데 공연의 장르가 락이다. 장애ㆍ비장애를 가르지 않는다는 공연의 취지가 의아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장애는 어마무시한 사운드를 내뿜어 낼 이 락공연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 나다(NADA) 공연을 처음 접하는 나로서는 선뜻 이해되지 않아 좀 더 자세히 알아보았다.


공연 홍보지


공연 주최 측은 시ㆍ청각 장애인은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우퍼 조끼와 진동 좌석을 통해 감각을 활용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 공연 중간 아티스트들 역시 시각을 제한한(조금의 불빛도 허용하지 않았다) 암전 공연을 통해 경계를 허물고 멋진 연주를 선사했다. 그들 중 한 밴드는 보지 않고 감각으로만 하는 연주는 처음이라 엄청 연습했다는 소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물론 삐딱하게 보자면 굳이 보이는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안 보이는 걸 체험하는 게 공평한 거냐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인식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걸 상기해 보면 시각이 제한되는 상황을 경험해 보지 않으면 그들의 심정을 알 턱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 공연이 감동의 쓰나미를 몰고 온 것은 무대 센터를 싱어나 밴드 멤버가 아닌 수어통역사가 차지한 점이다. 게다가 이들은 제 5의 멤버로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짜 멤버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시종일관 밴드의 연주와 퍼포먼스를, 심지어 기타도 없는 주제에 땀을 뻘뻘 흘리며 더 실감나게 연주하는 묘기를 선보이며 관객의 흥을 돋구었다. 그리고 더 멋진 장면은 수어통역사들에게 기꺼이 자신들의 센터 자리를 내준 밴드들이다. 진심 박수 받을 만하다.


연주하는 수어통역사
연주하는 수어통역사


3시간이 넘는 공연을 쉼 없이 멋진 공연을 선사해준 밴드들과 수어통역사 그리고 이런 기막힌 공연을 기획해준 공연 기획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당신들 덕분에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이다. 공연에 참여한 관객이나 아티스트, 기획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같은 마음으로 즐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애ㆍ비장애의 통합은 이 정도는 되어야 진짜가 아니겠는가.



내년 공연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강원랜드 복지재단에 복지큐레이터로 기고한 칼럼입니다.

https://klf.or.kr/sub/04/board-view.php?board=board04&type=view&uid=25828&gopage=1&nickname1=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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