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목 May 15. 2024

[사회정치] 사람이 사는 미술관

보고 읽고 느끼는 인권

미술로 보는 인권 혹은 인권으로 보는 미술은 어떨까 궁금했다. 법학과 정치학을 차례로 공부한 저자 박미경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15년 근무 중이며, 인권을 주제로 라디오와 여러 매체에서 진행자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그의 브런치북 <재미난 인문으로 보는 인권!>을 바탕으로 제작됐다고 밝힌다.


어린 시절 방에 걸린 달력 속 명화들을 보며 상상하던 그림들을 직접 마주하자 소름 돋고 깊은 사유를 이끌어냈다고 저자는 회상한다. 그리고 명화 속 인권 이야기는 시대의 부조리였고 그리하여 우리의 인권은 한 단계 진보한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저자가 여성, 노동, 차별과 혐오, 국가, 존엄의 5개의 주제로 인권의 주요 개념을 풀어낸다. 인권을 공부하고 있는 요즘, 그래서 이 책이 남다르다.


49쪽, 성냥팔이 소녀의 죽음


성냥팔이 소녀의 결말이야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참혹한 아동 학대가 숨겨져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림 한 장에서 시대 상황과 나아가 어떤 인권 침해가 숨어 있고 화가의 속내를 들춰보는 해설까지 이어지는 스토리는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르겠다.


얼마간 깨달음 비슷한 걸 느낀 "혐오와 차별이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수단일 때가 많다."라는 저자의 말이 격하게 공감이 된다. 그리고 한편으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혐오와 차별들은 대한민국이 도대체 어떤 결속을 다지려 하는가에 대해 질문하는 계기가 된다. 어쩌면 국가의 결속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의 결속을 와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정확히 어떤 프로그램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위험에 처하면 누군가 도와 줄 거라는 믿음이 아니라 누가 나를 위험에 빠트릴 것을 두려워 해야 하는 현재 한국의 현실은 신뢰가 깨져 버린 사회'라는 유명 심리학자의 평가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도 다르지 않다. 여기에 상식이 없어진 정치도 한 몫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도 없고.


194쪽, 아름답고 찬란한 역사만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 200쪽, 국가가 구조해야 할 의무에 대하여


스페인 내전, 게르니카 만행에서 황해도 신천 양민 학살로 이어지는 피카소의 그림을 보면서 아무리 참혹한 역사라도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에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


또 제주 4·3 사건을 비롯해 5·18민주 항쟁, 4·16세월호 사건, 10·29이태원 사건 그리고 여전히 사과받지 못하는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일제 침략이 어떻게 인권을 침해했는가를 더 선명하게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은 어렵게만 여겨지는 인권을 가깝고 쉽게 느낄 수 있다. 눈에 띄는 전 세계의 사건을 미술이라는 예술적 부분에 머무르지 않고 감춰진 시대의 잔혹사를 들춰내 사유하게 만든다.


258, 262,264쪽, 존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특히 세계인권선언 조항과 헌법의 조항을 연결 짓는 설명과 <궁금해요> 코너를 통해 추가적인 법 조항이나 관련 상식을 꼼꼼히 챙겨 주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개인의 인권이 소중한 만큼 우리의 인권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림 속 뒤에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를 보는 눈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인권을 알고 싶다면 이 책부터 읽어보길 추천한다.



#사람이사는미술관 #박민경 #그래도봄 #서평 #책리뷰 #책플루언서 #기본권리 #인권 #교양 #추천도서

매거진의 이전글 [인문] 어른의 대화 공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