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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May 22. 2024

[소설] 왓 어 원더풀 월드

인생 로드 버라이어티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잠시 멈춰 바람을 느끼고, 살아 있음을 자각하는 순간을 표현할 방법이 소설밖에 없다고 깨달았다는 저자의 말이 이렇게 멋지게 들릴 일인지.


상상력이 기발하다. 감히 로또 번호 6개를 일렬로 죽 긋는다거나 또 그런 희귀 로또를 맞은 직원이 튄다는 설정도 재밌고, 게다가 줬다 뺏으려 혈안이 된 빌런 사장의 성화에 상익, 재유, 희철, 정연이 추노가 된 듯 자전거를 타고 국토종주 중인 희주를 쫓는 일도 흥미롭다.


여산정공에 갇힌 서로 닮은 듯 닮지 않은 궁색한 인생들이 펼치는 로드무비로 희주를 쫓는 추격전에서 회사에 궁둥이 붙이고 있는 각자의 사연을 뜻하지 않게 밝혀지는 모습에서 어찌 보면 지질한 궁상의 모습이 우리 모습임 깨닫게 된다. 또 한편으로는 각자 간직하던 꿈으로 빛나는 인생이기도 했던 순간들을 반추하는 인물들이 그렇게 밉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인물들이 돌아가며 반복하는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뭘 어쩌겠냐"라는 말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그냥 하던 거나 계속해야지 뭘 어쩌겠냐는 의미보다는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보고 말겠다는 새로운 다짐이자 각오일지도 모르겠다.


109쪽


읽으면서 MBTI 극 J인 성향의 내가 보기엔 인생은 J가 아닌 P가 만들어내는 또 다른 즐거움이 많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 소설이다. 가끔은 즉흥적인 게 계획처럼 될 때가 있어서 사는 맛이 있기도 하지 않을까.


"꿈을 향해 달리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멋있었다. 나는 그렇게 무언가를 간절하게 원하며 앞으로 달려간 적이 있었던가.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은 과연 무엇일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역 앞에 남겨 두고 나는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149쪽


몸이 불편한 나로서는 자전거 종주는 엄둘 낼 수 없지만, 상익이 달린 그 길을 동행하듯 풍경이나 풍요로운 먹거리를 알게 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마도 오늘 밤엔 꿈자리에선 고라니와 멧돼지가 뛰놀 듯하다.


"'우회'라는 단어는 희한하게 자존심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198쪽


나는 살면서 무언가에 가로 막혔을 때 저 단어 앞에서 자존심이 건드려진 적이 있었을까. 늘 편하고 대충 살아 온 인생이었음을 확인함과 동시에 어마 무시한 자극제가 되는 소설이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는 심준호는 왜 이럴까? 싶거나 희주는 과연 로또가 터진 것일까? 처럼 추리를 하며 읽게 돼서 반전의 묘미도 있어서 더 후딱 읽게 된다. 손에 안 들었다면 몰라도 들었다면 중간에 놓을 수 없다.


그리고 추가 메뉴처럼 등장하는 삶에 대한 메시지도 빼놓을 수 없다.


191쪽,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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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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