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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Jun 25. 2024

[에세이] 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

| 애니가 건네는 설레는 위로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기획하고 책으로 만드는 이서희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한 문화 콘텐츠 기획자와 전문 작가로 활동한다. <방구석 오페라>와 <방구석 뮤지컬>, <어쩌면 동화는 어른들의 것>, <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 등이 있다.


이웃집 토토로, 포켓몬스터, 도라에몽, 벼랑 위의 포뇨, 너의 이름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라따뚜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스즈메의 문단속, 겨울 왕국, 이누야샤, 슬램덩크. 12개의 명작들에 담긴 추억의 시간을 눈 앞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작가에게 감사하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터로 몸담 았던 8년여의 시간이 있어 애니메이션이란 단어만 보면 기다렸다는 듯이 다크서클이 무릎 밑으로 흘러내려도 마우스 클릭질을 멈출 수 없었던 그때로 달려나간다.


살면서 일하는 게 행복하다 느끼는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 수당은 커녕 먹을 것도 없이 이틀에 한 번은 철야를 하고 월급은 수개월째 나오지 않아도, 작화지에 그려진 그림에 색을 입히고 움직임을 만들고 화려하게 효과를 뒤집어 쓴 아이들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면 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다.


TV나 극장에서 그 아이들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걸 지켜보는 일은 정말 안 해봤으면 말을 말아야 한다. 그 일로 오랜 시간 매일매일 행복을 선물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내게는 얼마간 그런 책일지도 모른다.


우와핫! 사츠키가 잠든 메이를 업고 토토로를 만나 우산을 건네 주는 장면, 우산을 확 펴는 소리에 놀라 눈이 왕 커졌다 돌아 오고 우산을 받아든 토토로의 행복한 미소에 기절할 뻔 했던, 그 기억이 소환 되어 덩달아 행복해졌다.


"인생은 주어진 카드로 펼쳐지는 진지한 승부야. 내가 받은 카드에 불평하기보다는, 그 카드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해." 28쪽, 늘 함께하는 작은 공 속 몬스터-포켓 몬스터


피카츄가 이렇게 세상 진지한 작품이었던가? 작은 공하나 냅다 던지고 튀어나온 애들이 승부를 겨뤄 뺏고 뺏기는 승자독식의 애니메이션쯤으로 치부했는데 오해였나 보다. 역시 시리즈가 오랫동안 계속된다는 건 뭐가 있는 거란 말이다옹!


"길을 선택하는 건, 꼭 좋은 길만을 선택하는 게 아니야. 장애물이 있으면, 그걸 뛰어넘어서 가면 돼." 43쪽, 외로웠던 나에게 친구가 생겼어요-도라에몽


앗! 자꾸 놀라게 되는데 도라에몽이 로봇이었나? 포켓몬스터와 마찬가지로 띄엄띄엄 본 애니메이션이어서 그런지 작가의 품격 있는 해설을 보면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기분이 든다. 뱃가죽에서 닥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기발한 도구를 끄집어 내는 도라에몽 역시 아이들 수준이라 생각했는데 인생 철학이 담겨 있어 놀라웠다.


126쪽, 너를 만나서 인생이 달라진 시간-라따뚜이


라따뚜이를 보지 못했는데 해설을 보면서 뭉클했다. 생쥐 레미와 인간 링귀니의 조합이 보여주는 연대의 힘이 느껴져서 고마웠다. 주방에서는 있으면 안 되는 존재로 혐오 대상이 되는 레미가 요리를 잘하는 특성을 발휘하도록 기회를 주는 링귀니를 보며, 장애와 비장애를 재정의 하는 날을 꿈꾸게 한다.


218쪽, 포기를 모르고 달리던 시간-슬램덩크


빠졌다면 완전 실망했을 수도 있었던 <슬램덩크>를 맨 마지막에 배치한 이유가 있었을까? 무모한 도전의 대명사 강백호를 필두로 5명의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보여 주는 감동은 기본 10년은 족히 간다.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대사는 언제 들어도 가슴 뛰게 만드니까.



이 책은 읽는 순간을 송두리째 동심으로 흔드는 것도 모자라 작품에 빠져든 감정을 공유하고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QR코드에 OST를 담았다. 또 해설은 수준 높은 평론처럼 깊이가 있어서 작품에 담긴 주제 의식을 철학과 심리 이론으로 연결 지어 이해를 돕는다.


그동안 설렘으로 밤잠 설치게 만들던 애니메이션의 속내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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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하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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