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여름, 청량제로 딱!
셜록 홈즈의 아버지이자 미스터리 소설의 대부인 아서 코난 도일은 의대를 졸업하고 안과 의사로 '셜록 홈즈'를 집필했다,는 건 몰랐지만 이후 전업 작가로 변신, 셜록 홈즈 시리즈로 미스터리 부흥을 이끌었다고 한다.
아서 코난 도일은 몰라도, 아마 셜록 홈즈나 명탐정 코난 정도는 다 알지 않을까? 그 인물들을 탄생시킨 작가의 단편집이라니 이 무더운 여름과 딱 어울리는 책이 어디 이만한 게 있을까 싶다. 이 단편 컬렉션은 선상을 주제로 한 6개의 미스터리와 악명 높은 해적 선장의 4개의 이야기를 담았다.
범인을 쫓으며 사건을 해결해 나갈 생각에 벌써부터 짜릿한데, 더 특이할 만한 것은 1922년 출간된 이후 이 책이 국내 최초 공식 번역본이라는 점이다.
첫번 째, <조셉 하바쿡 제프슨의 성명서>는 보스턴을 출발해 리스본으로 가는 항해에 버려진 '마리 셀레스트호'에 대한 미스터리다. 어쩐지 탑승자 중 고랑이라는 인물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 장치처럼 느껴진다. 조셉의 항해 일지를 유심히 관찰하며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 놓는다. 배는 출항한지 고작 2일이 지났음에도 나는 이미 사건 중심에 있고, 범인을 추적 중이다. 한데 같이 동승하기로 한 경험 많은 두 명의 선원은 갑자기 어떻게 된 것일까? 그냥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 살해? 매우 흥미롭다.
두번 째, <작은 정사각형 상자>는 보스턴을 출발, 잉글랜드 쪽으로 향하는 스파르탄호에 대한 미스터리. 접신이라도 한 듯 갑판 위에서 이제 막 출항하는 배가 재앙에 휩싸일 것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을 발현하는 함몬드의 심리가 흥미롭다. 이미 출항하는 배를 향해 돌진하는 두 남자가 이 미스터리의 키일까? 역시 보스턴과 2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내 추리는 항로를 잃고 새됐다.
세번 째, <육지의 해적>은 롤스로이스를 탄 판사, 헨리의 이야기지만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어설픈 리벤지 정도가 좋겠다. 그래도 단숨에 읽어 버릴 만큼 재밌다.
네번 째, <폴스타호의 선장>은 선장인 니콜라스 크레기를 주목한다. 탐욕적이고 폭력적인 데다 엽기적인 눈빛을 가진 선장과의 동행. 거기에 폭풍우 치는 밤, 어둠을 밝힐 더 이상의 양초가 없다는 암시는 짜릿하다. 한데 결국 북풍이 불까?
다섯번 째, <협력의 끝>은 배, 그러니까 요트처럼 보이는 긴 경주용 배인 게임콕의 선장 멜드럼을 주목한다. 레피도프테리스트 나비를 잡기 위해 세네갈에서 흘러 내려왔다던. 그리고 도착한 섬에 대한 ‘단조로운 삶일 것 같다는’ 인상에 대해 종종 화끈한 일들이 벌어진다며 미소 짓는 세베랄 박사의 의미심장한 복선이 기대하게 만든다. 한데 생각보다 김빠지는 결론과 번역이 집중력을 흐리게 한다.
“나는 박사가 말한 곳을 바라보았다. 짙은 녹색의 수풀 사이로 하얀 증기가 긴 촉수처럼 꿈틀거리며 우리를 향해 기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동시에 공기가 갑자기 축축하고 차가워졌다.” 141쪽
여섯번 째, <줄무늬 상자>는 바히아를 출발해 런던을 향하다 돌풍에 휩싸인 함선 노사 센호라 다 빅토리아호에 주목한다. 게다가 그 배에는 절대 열지 말 것을 경고하는 알 수 없는 값어치를 가진 보물 상자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 보물 상자 앞에 머리통이 박살 난 채 죽어있던 선원과 이를 발견한 또 다른 탐욕 가득한 선원 암스트롱이 등장한다. 역시 미스터리는 인간의 탐욕이 재앙의 시작인가? 아니면 저주?
그리고 악명 높은 <샤키 선장>에 대한 4편의 연작은 우리들의 영원한 해적왕 루피와는 확연히 다르지만 어쨌든 해적선 '해피 딜리버리호'의 악명 높은 샤키 선장에 대항하는 '모닝 스타호'의 선장 존 스카로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근데 어째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 존 스패로우 느낌이 나지?
어쨌거나 샤키 선장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도 전에 갑자기 자신의 모닝 스타호에 총독과 남작이 승선하게 될 것을 통보받는 존 스카로우로 여정은 흥미롭다. 이어 샤키 선장만큼이나 악명 높은 스티븐 크래독, 코플리 뱅크스 선장과 아름다운 여인 이네즈 라미네즈와 샤키 선장의 이야기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이 책의 원작은 어쩌면 작가가 장편을 위한 뼈대를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숨 막히는 반전이나 서늘함을 동반한 긴박감은 많지 않다. 살짝 번역도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눈에 띠기도 하고. 아무튼 짧은 이야기 구조 속에서 펼쳐지는 10개의 미스터리는 이 여름을 잠시 식혀주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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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