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목구비로 본 세상 다반사
그냥 얼굴이라 하면 될 것을 굳이 이목구비를 다 분리해 놓은 제목에 끌렸다. 또 하나 더, "수필의 고유성을 지키기 위해 배수진을 친 것 같다"라는 글도 눈에 띄기도 했고. 그동안 수필과 에세이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했었는 이 책으로 좀 알 수 있으려 했다.
'홍'이 아닌 '흥'을 강조하는 수필가 곽흥렬의 여섯 번째 수필집이다. 그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으로 교단에 있다가 2008년 가을 고향의 흙 내음이 그리워 낙향했다.
'어렸을 때는 웃는 일이 다반사고 나이 드는 일은 우는 연습에 길들여지는 일'이라는 그의 말에 공감한다. 오십 줄의 반을 넘기고 보니 울 일이 천지삐까리다. TV나 영화를 보다가 울고(심지어 다큐멘터리를 보다가도 운다.) 눈부신 풍경에 괜스레 울컥하기도 하고 대게는 지인이나 친구들의 부모님들 장례가 빈번해져서 그런 자릴 다녀오면 곧 내 차례가 오겠다는 알 수 없는 초조함이 있곤 해서 부모님의 건강에 예민해지는 일이기도 한다.
친구가 2019년 가을에 죽었다. 교모세포종이었고 쉰이었다. 세월이 쏜살같다고 했던가. 벌써 오 년이 된 친구의 장례가 선명한 탓에 가는 순서가 나는 순서가 아님은 진즉에 깨달았다. 그래서 시간의 유한함에 담담한 편이라서 작가의 글이 쉽게 공감이 되지 않는 내용도 있다.
웃음에 대한 생각, 나는 좀 다르다. 뭐냐면 그는 실없는 웃음을 경계한다고 하고 있지만 헛웃음이나 억지 웃음도 웃는 행위만 하더라도 이미 훌륭한 치료제가 된다고 검증까지 되지 않았던가. 이렇게 웃을 하나 없는 세상에서 억지 웃음이라도 웃을 수 있으면 그 또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1970년에 중학교에 입학했다는 작가의 연배에서 그가 경험했던 과거의 일들을 지금 세대들이(엠지랄까?) 보면 '라떼'라며 구시렁댈 수도 있겠지만 1970년에 태어난 나로서는 얼추 그 비슷한 시대를 관통해 온지라 타임머신이라도 탄 듯 그 시절이 몽글몽글 떠올라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싸립문 풍경이 그려지는 작가의 과거와 현재의 일상을 담담히 오가며 풀어놓는다. 슬쩍 작가의 연륜이 느껴진달까. 요즘의 에세이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역시 수필이라서인가? 삶을 보고, 듣고, 맛보고 이제 뜯어야 할 타이밍에 향기를 맡는 것도 좋다는 저자의 통찰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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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