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하지만 신선한.
가끔씩 보게 되는 구마 사제에 관련한 영화보다는 확실히 신선하고 재미있다. '엑소시스트'처럼 천장을 기어 다니거나 얼굴이 끈적한 액체로 뒤덮이며 악마로 변하고 악의 힘으로 신부를 위협하는 장면들은 딱히 신선할 건 없다지만 구마 의식에 신부가 아닌 그것도 사람 패는 게 직업인 격투기 선수가 동행하는 것은 확실히 다른 영화와 차별성을 가진다.
여기에 사제가 아닌 이가 수단(로만칼라 사제복)을 입는 것은 용후(박서준)가 워낙에 선한 영향력이 있어서 방패의 기능이 있다고 쳐주자면 이것도 신선하다.
특히 선과 악의 대립적 구도에 악 본연의 심령적 의식이나 초자연적 현상을 부각하는 게 아니라 악을 대항하는 구마에 집중하면서 몰입감을 한층 높였다. 하지만 뻔한 장르다 보니 선한 이의 선한 영향력으로 악을 퇴치한다는 정해진 스토리를 벗어날 수 없는 한계와 선은 화이트, 악은 블랙이라는 이중적 대비도 뻔하다는 점은 있지만 그다지 치명적이진 않았다.
선한 아빠의 직업이 경찰이라니 믿기 힘들지만 어쨌거나 나쁜 놈들을 혼내주던 아빠의 죽음으로 더 이상 신에 대한 믿음을 버린 용후가 안신부(안성기)와 콤비가 되는 과정이 확 와닿지 않았다. 말 장난 몇번으로 친해지는 게 그리 쉽게 가능하다니.
한편으로 악마의 소굴이 버닝 썬을 연상 시키는 클럽이라는 점이 의미심장했다. 근데 엄청난 악의 기운을 가진 지신(우도환)치고는 능력 발휘도 그렇고 그를 따르는 부마자 집단도 좀 어설퍼 보이는 게 흠이다. 악의 기운이 서슬퍼렇게 퍼진 느낌은 아니랄까.
개인적으로 오컬트나 호러물의 정석에서 벗어난 액션물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화려한 액션물이라고 하기도 좀 애매한 어정쩡한 장르가 돼버린 듯하고, 다소 느리게 전개되는 장면과 능력을 보다 많이 발휘하지 못한 지신의 역할과 최신부(최우식)의 미미한 역할이 다음 편을 위한 것이었음을 볼 때 좀 아쉬움으로 남기도 하지만 여러 차례의 몰입도 높은 구마 의식과 악령 퇴치에 용후의 격투 장면까지 전체적으로 긴장감과 재미는 충분한 영화다. 군데군데 피식 거리 게 만든 안신부의 깨알 개그도 나쁘지 않았다.
잔인하고 무시무시한 오컬트를 즐겨 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적당히 오싹하고 타격감 있는 액션도 있어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