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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Sep 15. 2019

엑스맨: 다크 피닉스

아쉬운 피날레


19년 동안 어벤저스와는 히어로물의 다른 결을 보여줬던 엑스맨이 은막 뒤로 퇴장했다. '돌연변이'라는 키워드로 주류인 인간 사회에서 다른 종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 차별과 멸시, 핍박 받기도 하고 때로는 범죄자처럼 격리되기도 하고 때론 영웅처럼 치부되기도 하며 인간과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해 온 그들의 모습에서 주류와 다른 모든 소수자들이 위안을 받기도 했다.


물론 '다크피닉스'에서도 기존 서사 구조는 다르지 않다. 찰스(제임스 맥어보이)는 여전히 돌연변이들의 능력을 제어하고 억제하며 자신들은 '두려운 존재'가 아님을 어필하고 그들끼리 무리지어 살며 인간과의 현실적 공존을 모색하는 한편 돌연변이들의 안전을 위해 별도의 장소에서 '가족애'를 중요시하며 그들만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은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친구였음에도 이상이 달랐던 찰스와 에릭(마이클 패스밴더)이 각자 별도의 공간에서 돌연변이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점은 결국 대결구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들 사이에서 진(소피 터너)의 존재는 도화선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출처: 다음 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

우주 왕복선의 문제로 인간들을 구조하기 위해 우주로 날아간 돌연변이들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찰스와 레이븐(제니퍼 로렌스)의 마찰이 생기고 결국 태양 에너지가 폭발하는 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하지만 진은 오히려 에너지를 빨아들이며 강력한 다크 피닉스로 진화한다. 지구로 귀환한 이들은 영웅 대접을 받으며 환영받지만 곧이어 힘을 주체할 수 없는 진의 폭주가 시작된다.


영화는 돌연변이들의 다양한 능력을 보여주는 볼거리는 풍부하지만 정작 이야기는 몰입도가 떨어진다. 폭주하는 힘을 주체할 수 없는 진은 꼴랑 한 번의 폭주로 갑자기 정체성의 의문을 갖게 되면서 혼란스러워하고, 또 진의 갖게된 힘을 찾아 지구로 찾아 든 빌런(제시카 차스테인)의 목적은 개연성이 부족했다. 게다가 레이븐이 진짜 황당하게 죽어버리고 이 일로 행크(니콜라스 홀트)와 에릭이 진을 죽이겠다고 덤비는 일조차 좀 억지스럽다.


어쨌거나 이런 대결구도는 '어벤저스: 시빌 워'에서 보여줬던 가치관의 대립을 찰스와 에릭을 통해 재현하지만 그다지 설득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인간에게 사냥 당하는 장면에서 목줄에 질질 끌려가는 장면은 역시나 이들이 영웅이 아닌 그저 위험한 돌연변이로 취급되고 있다는, 결국 필요에 의해 그들을 이용했던 인간의 이기주의를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주하는 진을 찰스도 에릭도 심지어 빌런도 제압하지 못한다. 게다가 애걸복걸하는 찰스를 휠체어에서 일으켜 세워 끌고 오는 장면은 불편하기까지 하다.

출처: 다음 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

어린 시절 특별한 능력 때문에 가족에게 버림받았던 진의 기억으로 더 엄청난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 또 하나의 두려움으로 작용해 힘의 폭주를 경험하는 진에게 찰스가 애타게 부르짖는 '가족애'의 끈끈함은 레이븐이 죽었을 때와 상반되며 감성을 자극하는 데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여하튼 19년을 결산하는 작품치고는 화려한 볼거리도 가슴을 쫄깃하게 만드는 액션도 눈물 젖는 감성도 어느 하나 만족스럽지 않다. 개인적으로 너무너무너무 아쉬운 건 레이븐의 황당한 죽음이다. 로건의 죽음이 자꾸 떠오른 게 만든다. 암튼 망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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