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DN 사보 | 연재 IT 칼럼
네트워크 속 세상은 바람 잘날 없다. 과거 우리의 유행이라는 것은 일부 점조직의 행동가들에 의해 이루어졌고, 고작해야 텔레비전이나 잡지, 신문을 통해 퍼져나가되, 꽤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니 윗동네에서 한참 유행하다가 시들해질 무렵이면 그제서야 저 아랫동네에 그 유행이 시작되기 했으니, 오프라인 시절의 한반도는 참으로 넓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요즘은 어떠한가, 한반도뿐 아니라 저 바다 건너 빙하 타고 가야 하는 먼동네 아침 밥상에 오른 식단까지 꿰찰 만큼 세상은 변해버렸다. 그래서 네트워크 세상에서는 유행도 동시다발적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요, 이젠 트렌드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하루하루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다.
그중에서도 유독 네트워크 세상을 달구는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얼굴이다. 비쥬얼이 강세로 가는 요즘인지라, 얼짱이니 얼꽝이니 하는 것들도 모두 이곳에서 탄생해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네트워크 속 거주자인 우리들은 너나할것없이 그렇게 얼굴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아니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 얼굴이 전부인 것처럼, 네트워크에서 얼굴로 뜨면 유명 스타가 되기도 하고, 얼굴 하나로 세상 온갖 세파를 거침없이 뚫고 나가기도 한다. 그러니 얼굴이 못난 사람은 부지런히 잘난 얼굴로 가꾸기 위해 여념이 없고, 얼굴이 잘난 사람은 마치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릴 요량으로 기세가 당당하다.
거기다 요즘 새로운 트렌드로 무섭게 급부상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동안(童顔)’이다. 말 그대로 나이에 비해 무진장 어려보이는 얼굴로, 예전엔 제 나이로 안 보니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하여 그리 환영받지 못했지만, 세상 오래 살고 볼일이라고 하더니 동안 열풍으로 떠들썩하다. 너 어쩜 그렇게 어려보이니? 비결이 뭐니? 라고 물으면 지식인 검색에 쳐봐 라고 핀잔만 듣겠지만, 사실 네트워크 세상 속에는 이미 동안을 만드는 비결에서부터 동안 관련 성형법, 화장법, 의상 코디법, 동안 연예인 리스트, 동안 경연대회 등등에 이르기까지 그 자료만도 엄청나다. 다들 어려보이려고 안간힘 쓰다가 조만간 이 땅 위에 애들만 둥둥 떠다니며 사는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상상해보라. 동안의 부장님에게 겉늙은 대리가 야단맞는 장면만큼 가슴 아픈 씬이 또 있을까. 동안의 여자 선배가 유난히 나이 들어 보이는 신입사원에게 잔소리하는 장면은 또 어떤가 말이다. 게다가 연상연하 커플에게는 영원한 숙제가 되어, 연상이 죄로 노상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국이다. 그렇다고 이 바람 잘 날 없는 네트워크 세상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고, 트렌드라 하니 배제할 수도 없다.
하지만 트렌드라는 이유로 오로지 얼굴에 매달려, 예쁘게 만들고 잘 생기게 만들고 섹시하게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애들처럼 만들고 나면 우리에겐 과연 무엇이 남을까. 편리하게 살자고 만든 네트워크 세상임에도, 그곳에서 트렌드로 낙점되면 모두가 따라해야 한다는 것은 어째 지배당하는 느낌이 든다. 또한 네트워크의 중독성과 파워를 감안한다면, 조만간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길런지도 모른다. 어차피 치워버리지 못하는 것이면 제대로 적응하거나 뿌리부터 자리는 잘 잡아주면 된다. 이제부터 얼굴 대신 우리의 트렌드는 ‘마음’으로 정하자. 얼굴못지 않게 중요한 마음, 곧 마짱(마음이 짱인 사람), 마음동안인 동심(童心)이 되어보자는 것이다. 안 그래도 까칠한 인생인데 주변에 마짱이라도 많다면, 크고 작은 일에 마음을 써주니 절로 촉촉한 인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려면 당신도 누군가에게 마짱이 되어주어야 하고, 서로서로 상부상조 마짱이 된다면, 그것이 바로 얼짱의 기본 베이스인 웃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또 각종 스트레스에 찌들은 마음의 독으로 이미 잃어버린 순수 역시 아이들처럼 맑고 깨끗한 동심을 갖음으로써, 동안으로 가는 자생력을 키우게 된다.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당신의 마음을 마짱으로 키워,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쌍꺼풀 수술도 해주고, 소심함에 실리콘을 넣어 오똑하게 세워주자. 또 독으로 주름진 마음에 보톡스를 놓아 좍좍 펴주는 동심 수술도 놓치지 말자. 물론 이런 시술은 돈이 하나도 들지 않고 부작용도 없으며 100% 영구적이니, 부담없이 도전해도 좋겠다. 그리고 아울러 네트워크 세상에도 여기저기 소문내자. 아마 순식간에 우리의 트렌드는 ‘마짱’, ‘동심’으로 뒤바뀌어, 마짱 되는 비법, 마짱 경연대회, 이달의 동심 연예인, 마꽝(마음인 꽝인 사람)을 왕따시키는 노하우 등 마짱과 동심이 검색어 순위 1위를 당당히 차지할 것이다.
자, 당신은 얼짱입니까? 마짱입니까?
글 | 정윤희 (디지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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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예나 지금이나 외모지상주의. 속을 보지도 않고, 얼굴만으로도 모든 걸 평가하는 일은 어불성설이다. 더 놀라운 사실을 알려 드린다면, 국내에서는 이력서에 얼굴 사진을 넣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의 나라에서는 고용 차별 방지와 인권법에 따라 금지되어 있는 사항이다.(독일, 스위스 등 몇 나라를 제외하곤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음) 그러나 이에 대해 어느 누구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아주 잘 따른다. 심지어 포토샵을 이용해 더 이쁘게, 더 잘 생기게 다듬어 붙이는 것이 이력서의 완성이다. 때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의미있고 소중하다는 걸, 한번쯤은 되새기자.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일센치쯤 자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