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KDN 사보 | 연재 IT 칼럼
출출한 밤 시간대에 TV화면으로 하나가득 잡히는 장면, 금방 한 꼬들밥 한 숟가락에 짭쪼름한 햄 한 조각. 이 햄광고만 나오면 금세 입안에 침을 고인다. 이렇게 전세계에 유명한 햄으로 알려져 그 맛으로도 손꼽히는 ‘스팸’이 이렇게 사람들을 괴롭히고 짜증하게 하리라고 그 누가 상상했겠는가! 바로 ‘스팸메일’ 이야기다.
먼저 지긋지긋한 광고메일을 스팸메일이라 부르게 된 사연을 알아보자. 과거 ‘스팸’을 만드는 햄회사에서 전단지를 포함한 엄청난 광고를 해대자, 이때부터 사람들이 불필요한 쓰레기 광고를 이를 때 아예 스팸이라 부르게 되었다. 더불어 인터넷이 세상에 퍼지면서 메일을 통해 뿌려지는 불법 메일을 통틀어 ‘스팸메일’이라 부르고 있다. 그런데 이 스팸메일이라는 것이 해도해도 너무하는지라, 이제 사람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와 짜증까지 일으킬 정도인지라 심각한 공해 중 하나가 되었다. 초창기 이메일은 열어보는 재미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초스피드 재미까지 쏠쏠했지만, 일부 몰지각한 이들이 들이붓기 시작한 광고 메일이 넘쳐나면서 메일함을 열어보는 일이 두려운 일이 되었다. 출장이라도 며칠 다녀오거나 긴 시간동안 메일함을 열어보지 못한 경우라면, 일단 심호흡도 해야하고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어하는 단계가 되었다.
게다가 제목에서부터 ‘짜증 쥐대로다’ 라는 유행어를 외치고 싶을만큼 입에 담기 힘든 단어부터 각종 성인메일은 하루종일 기분까지 상하게 만들고, 어리숙한 사용자들을 공략한 동창생 빙자, 회사 선후배 빙자, 급한 사건이나 사고로 착각해서 클릭하게 하는 수법까지 너무도 다양한지라, 그 머리로 나라 발전에 기여하는 일을 했으면 노벨상 하나쯤은 국내에서도 여러명 탔을 법하다. 각설하고, 이런 스팸메일이 단순히 정신적인 스트레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팸메일 발송에서 부가되는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국가적인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적으로는 한국이 스팸메일 최고발송국으로 선두를 달려주고 있으니, 참으로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몇 년전부터 스팸메일을 보내는 사람을 대상으로 처벌과 벌금이 법적으로 지정되었지만, 그다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덕에 이메일을 쓰려면 그저 감수해야 할 덕목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아, 편지가 편지다워야 편지지, 한숨만 나온다.
손으로 꼭꼭 눌러쓴 편지 한 통이 받는 사람에게 주는 그 즐거움이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소중하고 살뜰한 것이다. 세상이 편리하게 바뀌면서, 편지도 이메일이라는 도구의 힘을 빌어 업그레이드 되어 아무리 먼 곳이라도 클릭 한번으로 보낼 수 있고, 손쉽고 간편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건만, 메일함을 열어도 가슴 설레고 즐거운 편지 대신 결제대금 이메일 명세서와 하등 쓸데없는 광고문구만 가득한 스팸메일만 가득하니 문명의 이기라는 만을 실감하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이별선언까지도 메일로 간단하게 보냄으로써 만남의 끝을 장식하니, 이런 감정의 스팸메일까지 더해져 우리는 더욱 마음의 상심이 크다.
뭐 그렇다고 우리가 스팸무더기에 무릎 꿇고 지배당할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먼저 필터링를 해두자.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단어들을 골라 미리 체크하여 걸러주는 필터 효과를 쓰면 그래도 상당수의 메일을 걸러낼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게시판이나 보드에 글을 쓸 경우 가급적 이메일 주소는 비워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이런 이메일 주소를 게시판에서 몽땅 수집하여 광고메일을 쏘아대기 때문에 사전에 원천봉쇄를 하는 것이 좋겠다. 또 최근 똑똑한 전자우편들이 등장하면서 수신차단 기능에서 본인이 세부적인 항목까지 지정해 줄 수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하면 영양가 없는 스팸메일을 막을 수 있다. 어차피 써야하는 이메일이라면, 맞서서 정복해버리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일 것이다.
여기에 한가지 더 추가한다면, 사무적인 메일이나 급한 용건으로 보내는 공적인 메일 외에 하루 한 통 친구나 가족, 또는 한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인사를 전하는 메일을 살짝 띄워보자. 아마 상대방에게 바로 반가움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답장 메일을 받을 것이고, 이렇게 하다 보면 자신의 메일함에는 스팸메일보다 나와 인사하는 사람들의 즐겁고 찐한 감동메일이 가득할 것이다. 생각해보라. 하루를 시작하는 자리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열린 메일함에 익숙한 사람의 이름과 함께 짧은 안부 인사가 보인다면, 그 하루가 어떨지....
이제 진정 지저분한 스팸에 휘둘리기 보다는, 맛있는 스팸 한 조각의 기쁨을 부디 제대로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정윤희 (디지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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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 메일에 더해 스팸 문자 폭탄까지 가세한 요즘은, 그 강도와 위험도가 훨씬 세져 누군가의 인생까지 종지부를 찍게 하는 범죄 수준이다. 디지털이 주는 편리함에 품위를 갖추면 참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