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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스키마

by 이성규

外公外公愛我嬰(외공외공애아영)

외조부여 외조부여 어린 나를 사랑하시어

喜我期月吾伊聲(희아기월오이성)

돌이 되어 말하는 소리에 기뻐하셨네

學立亭亭誨書計(학립정정회서계)

걸음마 배워 일어서니 글을 가르치고 싶어

七字綴文辭甚麗(칠자철문사심려)

일곱자 글 엮으니 문장이 아름다웠네


東峯六歌(동봉육가) 중에서 / 김시습


김시습은 3살 때부터 외조부에게 글을 배우기 시작해 5살 때에는 신동으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어찌 그가 신동이라서 외조부에게서 사랑을 받았을까. 모든 아이들은 신동이고 가족의 희망인 것을…….


교육학 용어 사전을 보면 ‘늑대 어린이’란 말이 있다. 이는 1920년 10월 17일 인도 동부 캘커타 고다무리 마을의 늑대굴 근처에서 발견된 ‘아말라’와 ‘카말라’라는 소녀들을 일컫는 말이다.

조셉 싱이라는 목사 부부가 처음 발견했을 당시 아말라는 2세, 카말라는 8세로서 사지로 기어 다녔으며 말을 하지 못했다. 또한 어두운 곳으로 숨어들고 날고기를 뜯어먹는 등 늑대처럼 행동했다.

싱 목사는 두 아이를 인간 생활에 적응하도록 교육시켰으나 아말라는 구출된 지 1년 만에 죽어버렸다. 카말라의 경우 9년 후에 죽었지만 교육엔 한계가 있었다. 양육한 지 6년이 되도록 늑대와 비슷하게 행동했으며, 6년 후에야 겨우 직립 보행을 하고 5세 수준의 언어를 구사했던 것.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그저 산 속에서 살던 소녀들을 늑대에게서 양육 받은 아이들로 조작했다는 주장이 후에 제기되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 일화는 교육심리학에서 인간의 성장에 대한 환경조건과 교육 시기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흔히 인용되고 있다.


신기하게도 어린 아이들은 큰 개와 고양이는 무서워하지만, 강아지와 새끼 고양이들은 귀여워하게 마련이다. 만약 아말라와 카말라에 대한 일화가 사실이라면 그 늑대는 이들이 아기인 줄 어떻게 눈치챌 수 있었던 걸까. 그저 크기가 작은, 또 다른 먹잇감 취급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 같은 의문에 단서를 제공해주는 용어가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이다. ‘유아 도해(幼兒圖解)’라고 해석되는 이 용어는 사람과 동물의 얼굴에서 나타나는 아기의 귀여운 특성을 뜻한다. 즉, 돌출부가 작은 둥그스름한 머리, 작은 코, 정면을 향하는 큰 눈 등이 그 같은 특징에 해당한다.

베이비 스키마는 일정 기간 동안 어미의 보호 없이는 살 수 없는 포유류에서 어미나 개체군의 다른 성체로부터 양육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베이비 스키마가 뚜렷할수록 보호 및 부양 행동은 촉진되는 반면 공격성은 낮아지게 마련이다.


영국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세 살 정도의 어린이들도 아기와 강아지, 새끼 고양이의 얼굴에서 베이비 스키마를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흥미로운 것은 실험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아기나 새끼 고양이보다 강아지에게서 더 귀여움을 느꼈다는 사실이다.

인간에 의해 개량된 개들의 가장 뚜렷한 특징 중 하나가 베이비 스키마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보면 거의 모두 베이비 스키마의 특징을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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