竹外桃花三兩枝(죽외도화삼양지)
대밭 너머 복숭아꽃 두세 가지
春江水暖鴨先知(춘강수난압선지)
봄 강물의 따스함 오리들이 먼저 아네
蔞蒿滿地蘆芽短(루호만지로아단)
들쑥 가득한 곳에 어린 갈대 싹이 돋으니
正是河豚欲上時(정시하돈욕상시)
바야흐로 복어가 강으로 올라올 때로다
惠崇春江曉景(혜숭춘강효경) / 소동파
이 시에서 ‘하돈’은 하천에 사는 돼지를 의미하는 말로서, 다름 아닌 황복을 일컫는다. 황복은 바다에서 성어가 되어 봄이 되면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대표적인 회귀성 어종이다. 소동파는 복어를 먹으며 ‘사람이 한 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고 극찬했다.
1493년 5월 중순경 성종에게 이상한 사건 하나가 보고됐다. 경남의 바닷가 마을인 웅천에서 굴과 생미역을 채취해 먹은 주민 24명이 연이어 급사했다는 것. 이 말을 들은 성종은 그 자리에서 범인으로 복어를 지목했다. 분명 굴과 생미역을 먹었다는데 성종은 왜 복어를 거론했을까.
조사 결과 성종의 말이 맞았다. 그들은 복어가 굴이나 생미역에 낳은 알을 먹고 복어 독에 중독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복어 독의 주성분을 이루는 테트로도톡신은 난소나 알에 많이 들어 있어, 굴이나 생미역 등에 섞인 복어 알을 먹을 경우 웅천의 주민들처럼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연에는 복어 독보다 훨씬 강한 독이 있다. 요즘 주름 제거와 미용 시술에 많이 쓰이는 보톡스가 바로 그것이다. 보톡스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튤리눔이라는 박테리아가 배출하는 보튤리눔 독소를 정제한 것인데, 이 독소는 자연에 존재하는 천연독소 중 독성이 가장 강해 청산가리의 1조 배쯤 되는 독성을 지닌다.
그런데 보톡스의 주름 치료 효과가 알려지게 된 건 캐나다의 캐러더스라는 의사 부부 덕분이다. 안과의사인 부인에게 눈꺼풀 경련 환자를 보튤리눔 독소로 치료하니 인상이 좋아졌다는 말을 전해들은 남편이 그 사실을 학회에 발표하면서 보톡스라는 상품명을 단 주사제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보튤리눔 독소는 여전히 미용보다는 질병 치료 용도로 사용되는 비율이 더 높다. 사시 및 눈꺼풀 경련을 비롯해 전립성비대증, 다한증, 통증, 요실금, VDT증후군, 만성두통, 편두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복어 독인 테트로도톡신 역시 동물실험 결과 모르핀의 약 3천 배에 달하는 진통 효과를 지닌 것으로 밝혀져 말기 암환자의 진통제로 개발되는 중이다. 이밖에도 자연에 존재하는 수많은 독성물질들이 이처럼 용량만 잘 조절하면 좋은 치료제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독성 물질을 적절하게 소량으로 사용할 경우 인체에 유익한 것을 ‘호르메시스 효과’라고 한다. 16세기 스위스의 연금술사 파라셀수스는 호르메시스 효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물질은 유독하며, 유독하지 않은 물질은 없다. 독이냐 약이냐를 구분하는 것은 오로지 양에 달려 있다.”
최근에 호주 퀸즐랜드공과대학 연구팀은 브라질 타란툴라와 일본 투구게의 독에서 유래한 펩타이드를 변형시켜 다약제 내성을 지닌 흑색종 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고, 암세포의 내성 발생까지 억제하는 효과를 입증했다.
이 펩타이드는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의 세포막만 빠르게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이 펩타이드가 기존 치료제에 내성을 보이는 암 치료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