蝸牛角上爭何事(와우각상쟁하사)
어이하여 달팽이 뿔 위에서 다투나
石火光中寄此身(석화광중기차신)
인생은 부싯돌의 불빛처럼 찰나인 것을
隨富隨貧且歡樂(수부수빈차환락)
부자든 가난하든 즐거우면 그만
不開口笑是癡人(불개구소시치인)
크게 웃지 않으면 그게 바보네
對酒(대주) / 백거이
우주의 입장에서 보면 지구인의 인생은 달팽이의 뿔 위만큼 좁은 세상에서 스파크 불빛처럼 짧은 생을 살다 간다. 가끔 삶이 짜증날 때 밤하늘의 별들에게 한 번 물어보자. 지금 내가 왜 짜증을 내고 있는지를…….
“I am sailing. I am sailing.” 허스키한 목소리의 영국 출신 가수 로드 스튜어트가 부르는 ‘세일링(Sailing)’을 들을 때면 무언가 어렴풋이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인생이라는 드넓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항해하는 고집불통의 선장 같은 이미지랄까.
그런데 이 팝송이 발표된 지 2년 후인 1977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끝없이 펼쳐진 미지의 세계를 향해 계속 항해하고 있는 배(?)가 실제로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보이저 1호와 2호가 바로 그것이다.
NASA의 딥스페이스 네트워크 안테나들은 23와트짜리 송신기로 보이저호가 보내오는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 요즘도 뱀주인자리와 땅군자리 방향을 응시하고 있다.
영국에서 98년 전에 바다로 띄워 보낸 병 속의 편지가 발견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병은 글래스고 해군사관학교의 한 장교가 해류의 속도와 방향을 알기 위해 띄운 것인데, 가장 오래된 병 속 편지로 세계 기네스북에 공식 등록됐다. 그런데 이 병이 발견된 곳은 보낸 지점에서 불과 15㎞밖에 안 떨어져 있었다.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 것은 보이저 1호에도 병 속 편지 같은 인류의 메시지가 탑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이저 1호의 측면 중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부착된 12인치 크기의 구리 디스크에는 사진과 갖가지 소리들이 담겨 있다.
DNA 구조와 지상 풍경, 수치연산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과 문화의 다양함을 알리는 115장의 사진과 함께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 27곡의 각국 음악, 바람과 천둥, 아기 울음소리 등이 포함돼 있다.
시속 7만3,600㎞로 하루에 지구와 달 사이의 4-5배 거리를 나아가고 있는 보이저 1호의 현재 위치는 2025년 5월 기준으로 태양에서 약 249억㎞ 떨어진 곳이다. 인류 최초로 도달한 엄청난 거리지만, 빛의 속도로는 23시간밖에 안 되는 거리다. 알고 보면 98년 동안 겨우 15㎞밖에 가지 못한 영국의 병 속 편지와 비슷한 처지인 셈이다.
우주에는 지구의 바닷가에 널려 있는 모든 모래 알갱이의 수보다 10배나 많은 별들이 있는데, 그중 지구와 가장 가까이 있는 별은 40조㎞(4.22광년) 떨어진 곳의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이다.
보이저 1호가 지금 속도대로 계속 날아간다고 해도 그 별에 닿으려면 7만년 이상의 세월이 소요된다. 우주가 너무 넓은 것일까, 아니면 인류의 비행선 속도가 아직은 너무 느린 것일까.